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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70대 여성 메르스 양성 판정 … 한 마을 통째로 격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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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있는 전북 순창군의 한 마을을 방역 당국이 5일 통째로 격리했다. 이 마을에 사는 70대 여성 환자는 메르스 최초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 같은 병동을 썼다. 이 환자는 지난달 22일 퇴원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뉴시스]

전북 순창군의 한 마을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통째로 격리 조치됐다. 이 마을의 70대 여성이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다.

 전북도 방역 당국은 5일 순창군 순창읍 J마을의 출입을 앞으로 2주간 전면 통제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발생한 이후 마을 전체의 출입을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로 이 마을 주민 105명은 메르스 최대 잠복기인 2주간 각자의 집에 자가 격리된 채 마을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다.

 몸이 아프거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생긴 주민은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보건소 직원과 함께 의료기관에 가게 된다. 생필품 등 물자 공급은 순창군청 직원들이 맡는다. 또 보건소 직원들이 2인 1조로 하루 두 차례 마을을 돌며 발열·기침 등 주민들 증상을 정밀 체크한다. 현재 이 마을 입구는 경찰과 방역요원이 배치돼 주민과 차량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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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역 당국이 이처럼 강경 조치에 나선 것은 마을 주민들이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마을 주민 A씨(72·여)는 지난달 14~22일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해 메르스 최초 확진자와 같은 병동을 썼다. 이후 퇴원한 A씨는 평택의 아들 집에서 자가격리하라는 방역 당국의 지시를 무시하고 순창 집으로 내려온 뒤 2주간 경로당 등을 다니며 이웃들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접촉하며 생활해왔다.

 A씨는 지난 4일 오전 첫 발열 증상을 보여 순창의 한 의원을 찾았다. 1차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격리병동으로 옮겨졌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는 6일께 나올 예정이다. A씨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할 당시 병문안을 다녀간 A씨 아들도 지난달 3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농촌의 특성상 A씨가 주민들과 밀접하게 접촉했을 가능성이 큰 데다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자여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을의 출입이 전면 통제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성인식(58) 이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복분자와 오디·블루베리 등 수확철이 다가오는데 앞으로 2주간 출입을 맘대로 못하고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한다니 모두 걱정이 많다”며 “이후에도 우리 지역 농산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생기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순창군에서는 읍내의 모든 학교를 포함해 22개 학교와 유치원에 휴업 조치가 내려졌다. 또 순창읍에서는 주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고 있으며 외부 출입도 최대한 삼가고 있다.

순창=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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