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가 메르스 대책에 우왕좌왕하는 사이 야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잇따라 ‘마이웨이’를 선언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의 동선을 4일 공개한 데 이어 같은 당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도 “중앙정부의 대응만으로는 안 된다”며 독자 행보에 나섰다.
안 지사는 5일 ‘충남도청 메르스 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이제는 중앙정부의 지침만 바라볼 게 아니라 도(道) 차원에서 책임지고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며 “매일 몇 명의 의심 환자가 발생했고, 이들의 관리 상황이 어떤지를 일일 브리핑으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청은 실제로 이날부터 하루 두 차례씩 안 지사 주재로 메르스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안 지사는 지난 4일에도 “정부의 주의·경계·심각 단계와 상관없이 메르스에 대해서는 도지사가 책임지고 직접 지휘하겠다”며 “도의 게으름이나 부주의로 문제가 확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일본 쓰나미 사태 때도 지방정부가 나서 중앙정부와 힘을 합친 사례가 있다”며 “메르스 확진 환자가 집중된 서울·경기도·충남 지역은 지자체끼리 연합협의체를 구성해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의 이 시장은 지난 3일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남시 메르스 현황’이라는 제목으로 병원들의 정보, 의심·확진 환자들의 상황 등을 공개하고 있다. ‘병원명을 공개하지 마라’는 중앙정부의 방침을 무시한 셈이다. 이 시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 당국이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자 지역사회에 ‘성남에 확진 환자가 몇 명’이라는 등 불필요한 공포가 확산됐다”며 “정보 공개로 혼란이 생길 수 있지만 정보 부족에서 오는 더 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 공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야당 지자체장들의 독자 행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특이사항이 있다든지, 제보할 것이 있다면 일단 중앙방역대책본부로 통보해 창구를 일원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자 해결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의료기관 내 감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정부가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며 “의료기관 간 확진 환자 정보 공유, 또 대다수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명 공개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5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경기도청에서 ‘메르스 현장 대책회의’를 함께 열었다. 당초 예정된 중국 출장을 취소한 남 지사는 회의에서 “자가격리 환자 중 경기도민의 경우 자택으로 공무원을 파견해 일대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메르스와의 전쟁은 정부·지자체 그리고 전문가들이 합심할 테니 정치권은 공포심을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이지상·위문희 기자 groun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