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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영국인이 본 한국인 “그들은 왜 피로해 보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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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다니엘 튜더 지음
송정화 옮김, 문학동네
232쪽, 1만4800원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근무한 영국 청년이 쓴 대한민국 정치 비평서다. 전작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가 영미권 독자에게 한국을 소개했다면, 이 책은 기획 단계부터 집필, 출간까지 오로지 한국의 독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가 본 한국은 ‘익숙한 절망과 불편한 희망’의 사회다. 그 중심에는 정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가 있었다. 저자의 눈에도 대한민국 정치는 이상하다. 보수는 오로지 대기업 밀어주기와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돼 있다. 진보는 과거에 사로잡혀 진보하지 않는 무능함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묻는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정말 후퇴하고 있는가?”

  그에게는 충격적이고 놀라운 이 대한민국의 정치 양상이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그 ‘익숙함’이 안타까워 이 책을 썼다. 튜더는 보이지 않는 적은 익숙한 절망, 즉 지독한 피로와 무력감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한국 민주주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진단한다. 2010~2013년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만난 다양한 취재원과의 인터뷰, 현장 경험 등을 녹였다. 특히 정치인과 고위 정부관료를 만나며 느낀 한국 엘리트들의 사고방식과 부정부패 등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저자는 나아가 망가진 민주주의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정당과 시민의 역할을 제시한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복지, 종북 같은 오염된 언어의 프레임도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와 제조업, 복지 등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예리한 칼날을 들이민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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