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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펴는 동시집 ② - 탄생 100주년 박목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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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오리는 일학년
박목월 글, 오정택 그림
비룡소, 105쪽, 1만원

모르고 보면 요즘 동시 같은데 박목월(1915∼78)의 동시라니 새삼스럽다. 야행성인 부엉이의 낮을 밝히려면 선글라스가 필요하다는 역발상이 유머러스하고 신선하다. “뒷짐을 진 채 배를 쑥 내밀며 어슬렁어슬렁 돌아”가는 부엉이의 모양새가 엉뚱한 상황에 마지막 재미를 더한다.

 ‘나그네’의 시인 박목월은 시에 앞서 동시를 썼다. 열일곱 살인 1933년 동시로 등단해 1946년 동시집 『박영종 동시집』과 『초록별』을 냈다.(박영종이 그의 본명이다.) 그는 시인이 된 후에도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동시를 썼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로 시작하는 ‘국민 동요’의 가사가 바로 박목월의 동시 ‘얼룩 송아지’다.

 박목월의 동시는 그의 시처럼 순하다. “눈 오는 밤이래서/도적 든다기/당나귀 외양간에/도적 든다기//누나랑 등불 켜서/외양간에 가 보니/당나귀 소록소록/한잠 들었네/두 귀도 소오록/한잠 들었네//”(‘눈과 당나귀’ 전문)

 어린 남매는 한밤에 당나귀 도둑이 들까 걱정된다. 결국 잠들지 못하고 일어나 작은 등불에 의지해 눈발과 어둠을 뚫고 외양간으로 향한다. 아기처럼 평화롭게 잠든 당나귀를 확인하자마자 걱정과 불안은 눈 녹듯 사라지고. 남매도 이제는 편히 잠들 수 있을 듯하다. 당나귀의 “두 귀도 소오록” 잠들었다며 안도감을 따뜻하게 자아내는 솜씨가 역시 박목월이구나 싶다. 올해는 박목월 탄생 100주년이다.

김유진 동시인·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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