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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식 기자의 새 이야기 (16) 긴꼬리딱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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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푸른 숲에 온갖 새들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어둠을 물리치는 푸른 새벽부터 금빛 햇살의 해거름까지 숲에 대한 찬미는 끝이 없다. 그 가운데에서도 숲을 더욱 즐겁게 하는 새는 낙원의 새(paradise flycatcher)가 아닐까? 그러나 여름철새인 이들이 긴 여행 끝에 한국에 입국해서는 혼란을 겪을 수도 있겠다. 사람들이 자신을 ‘긴꼬리딱새’라 부르더니(1960년대), ‘삼광조’로 다르게 불렀다가(80년대), 최근에는 다시 ‘긴꼬리딱새’로 돌아갔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이름에 집착할까? 이런 논란은 자초한 면이 있다. 맑은 계곡물 소리를 배경음으로 울려 퍼지는 청아한 솔리스트의 노래! 이것이 삼광조라는 작명의 빌미를 제공했다.(일본 사람은 이 소리가 일본어 해·달·별의 발음과 비슷하다 하여 三光鳥라 명명했다고 한다.) 반면에 일본 잔재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이 새의 긴 꼬리는 너무도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긴꼬리딱새로 되돌아간 까닭이다.

뭐라 부르든 이 새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어둠에서도 빛나는 푸른 형광의 눈과 긴 꼬리는 마음을 설레게 할 뿐이다. 거추장스럽기까지 할 것 같은 긴 꼬리를 이끌고 찾아드는 곳은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르고 햇살조차 범접하기 쉽지 않은 숲이다. 낙원은 결코 허망한 상상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새들의 노랫소리와 숲의 나지막한 숨소리에 마음을 열 수만 있다면 새들은 언제나 우리를 낙원으로 인도해줄 것이다. 새를 일러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사자(使者)라 하는 이유다.

◆ 그동안 이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님께 감사 드립니다. ‘낙원’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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