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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 "회장 선거, 출마 가능성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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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사진 김경빈 기자]

정몽준(64)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이 제프 블라터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FIFA 회장직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3일 중앙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FIFA 회장 자리에 도전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내가 참여해서 도움이 된다면 (출마를) 생각할 것"이라면서 "FIFA 회장 출마 여부는 FIFA 관련 인사들과 직접 만나 상의하겠다. 적절한 시기에 유럽에 건너가 유럽을 포함한 각 대륙 인사들과 만나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앞서 블라터 회장이 5선에 도전하자 선거 직전 "블라터 회장은 각종 비리로 얼룩진 인물이다. 즉각 사퇴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일 블라터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엔 "이번 사건을 계기로 FIFA를 개혁해야한다"면서 "필요하다면 나도 돕겠다"고 말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블라터의 사임이 '사필귀정'임을 역설했다. "블라터가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간 FIFA 제대로 개혁하지 못한 걸 집행위원회의 탓으로 돌렸다"면서 "블라터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내가 더이상 회장 선거에 나오지 않으니 이제는 마음껏 개혁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현재 FIFA의 상황과 견줘 생각해보면 앞뒤가 안 맞는 발언이다. 계속 FIFA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들리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후계자로 만들겠다는 뜻도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향후 블라터 회장이 물러나더라도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 등 측근을 새 회장으로 내세워 수렴청정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명예부회장은 "FIFA와 블라터 회장이 미국과 스위스 등 여러나라에서 조사를 받고 있고, 앞으로도 조사는 이어질 것"이라면서 "어떤 사람이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의 문제는 조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FIFA는 체육단체인데 이렇게 불명예스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관련 책임자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FIFA의 근본적인 문제는 집행위원회가 대부분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로 구성됐다는 것"이라면서 "이제는 독립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나올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FIFA 가맹 209개국이 똑같이 한 표씩 행사해 회장을 뽑는 선거 시스템에 대해 "돈이 많고 힘이 있어도 결국 모두가 한 표씩이다. 같은 맥락에서 월드컵이라는 대회도 인기가 있다"고 평가한 정 명예부회장은 "회장이나 사무총장이 한 번 임명되면 너무 오래하는 관행은 지양되어야 한다. 임기 제한 등의 추가 조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정리=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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