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새벽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엔 재석 의원 244명 중 211명이 찬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의 재의(再議) 요건인 ‘재적의원(298명)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국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론 국회가 재의결을 통해 개정안을 관철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헌정사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모두 64건이다. 이 중 국회가 거부권에 맞서 법안을 재의결을 한 사례는 31건이다. 하지만 31건 중 30건은 1950년대 또는 그 이전의 제헌·2대 국회 때 일이다. 나머지 한 건은 2003년 12월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안’뿐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민주당의 주도로 통과된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국회는 찬성 209명, 반대 54명(기권 1명, 무효 2명)의 압도적 표차로 법안을 재의결했다. 하지만 지금 여권 상황은 집권세력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분열했던 2003년과는 다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여당이 법률을 재의결해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에게 당을 떠나라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며 “그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살 행위”라고 말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하면 새누리당은 야당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야당이 거절하면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수용해 법안을 재의에 부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법안은 19대 국회가 끝난 뒤 자동 폐기되고, 당·청 간 파국은 면할 수 있다. 다만 야당 반발로 예상되는 국회파행은 새누리당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