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는 ‘거북선’의 본고장이다. 임진왜란 때 거북선은 혁신의 상징이었다. GS가 그 전통을 계승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농수산 벤처’의 1번지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이와 연계해 먹거리 한류를 주도할 ‘K 푸드’를 선보인다. 또 남도의 문화유산·섬·음식을 연계한 ‘웰빙 관광지’도 개발한다. 여기에 GS칼텍스 공장을 활용해 여수를 ‘바이오 화학’의 거점으로 키운다는 포석이다.
그 전진기지가 바로 2일 출범한 ‘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다. 이날 여수시 여수엑스포 국제관에서 열린 출범식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격려했다. 센터 운영을 주도할 GS의 허창수 회장과 이낙연 전남도지사, 최양희 미래과학부 장관 등도 함께 했다. 박 대통령은 “전남 창조경제 혁신센터는 농수산업부터 바이오 화학에 이르기까지 생명산업 미래를 개척하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GS는 여수시 덕충동의 센터 건립에 150억원을 투입했다. 4층 짜리 건물의 연면적이 2978㎡(약 901평)에 달한다. 여기엔 창업지원센터와 시제품 제작실, 창업 캠퍼스 등이 들어선다. 정영준 혁신센터장은 “특히 21개의 숙소를 갖춘 이른바 ‘레지던스 창업공간(인큐베이터 빌·Incubator Vill)’을 구비해 예비 창업자들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혁신센터 최초로 창업 희망자들이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맞춤형 제작시설을 활용해 마음껏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박 대통령은 출범식 뒤 허창수 GS 회장, 이낙연 도지사 등과 함께 센터 곳곳을 둘러봤다. 특히 ‘유기농 쌀’ 제품의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전남의 대학생 벤처 동아리 학생들로부터 농업 상품 아이디어를 듣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학생들 아이디어가 상품화되면 꼭 전화를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GS가 향후 센터를 통해 키울 사업은 세가지다. GS·전라남도 등이 조성하는 1390억원의 펀드가 실탄이다. 먼저 ‘농수산 벤처 1번지’를 꿈꾼다. 전남은 국내에서 친환경 농어업 기틀이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먼저 ‘식품 벤처 창업 아카데미’를 설치해 매년 200명에게 재개기술·유통·수출 기법을 전수한다. 또 톳(비만 예방)·울금(알코올성 간질환 개선) 등 풍부한 생물자원을 활용한 벤처업체들의 기능성 식품 개발도 지원사격한다. 박 대통령은 “전남 혁신센터는 농수산 분야 벤처에 뛰어드는 청년 창업자들의 ‘인큐베이팅 캠프’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전국 13개 농수산 유관기관을 묶은 통합지원센터 를 통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개발한 먹거리는 ‘한류 상품’(K-Food)으로 수출을 시도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발판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통·상사 등을 망라하는 GS리테일·홈쇼핑·글로벌 등 계열사들의 전문가(GS 닥터) 6명이 혁신센터에 상주해 상품개발부터 판매처 확보까지 돕는다.
전남 혁신센터의 자연친화적 개발에서 관광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KTX 호남선 개통과 무안 국제공항의 중국인 무비자 입국 등의 기반이 갖춰졌다. GS홈쇼핑 여행담당 전문가들과 벤처 업체들이 함께 ‘힐링·별미·섬’을 주제로 한 상품을 개발한다. 또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크루즈 여행객들의 관광·쇼핑 수요를 분석해 창업에 활용할 수 있게 제공한다.
GS는 혁신센터를 통해 과거 굴뚝 업종으로 통하던 화학을 ‘환경친화적’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려 한다. 석유를 쓰지 않고 사탕수수·폐목재 같은 ‘바이오 매스’를 사용해 연료·화학물질·플라스틱 등을 뽑아낸다. 이런 산업은 세계적으로 현재 150조원에서 10년 뒤 500조원으로 급팽창하게 된다.
이런 과실을 GS 혼자 맛본다는 게 아니다. GS칼텍스가 여수에 건설하게 될 ‘바이오 부탄올’과 ‘바이오 폴리머(식물 활용 플라스틱)’를 중심으로 중소·벤처 기업을 육성해 다양한 응용 제품을 만들게 돕는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필수 공정인 당(糖)을 뽑아내는 기술을 이전해 전문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준술·신용호 기자 jso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