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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안전 365] 등산할 때 샛길·음주·운동화 안돼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회사원 김진규(38) 씨는 동료 두 명과 함께 지난 3월 서울 북한산 백운대 산행에 나섰다. 백운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싶어 등산로 대신 위험한 바위에 올라가던 김씨는 발을 헛디뎌 10m 아래로 추락했다. 김씨는 어깨 골절과 전신타박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산을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 다쳤다"고 말했다.

등산은 국민 레포츠로 불린다. 지난해 10월 한국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취미·문화' 조사(1700명 대상) 결과 등산이 14%를 얻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로 꼽혔다. 산림청은 지난해 국내 등산 인구(한달에 1회 이상 등산)가 1800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등산 인구가 늘어나면서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등산 사고로 인한 구조 출동 건수가 최근 3년간 매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북한산(836m)은 2012년 374건에서 2014년 509건으로 36% 늘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제주 한라산(1950m)에서 일어난 산악 사고도 2012년 61건에서 2013년 119건, 2014년 343건으로 2년새 5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북한산(도봉산 포함)에서 사망한 경우는 14건이나 됐다. 한 달에 한 명 이상이 북한산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부상 건수는 북한산이 61건으로 가장 많았고, 광주 무등산(39건)·설악산(37건)·지리산(17건) 순이었다.

산악 사고 중 가장 흔한 게 실족 추락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안전불감증이 문제다. 비법정 등산로, 일명 샛길 사고가 대표적이다.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어도 새로운 길을 가고 싶은 욕심 때문에 샛길로 들어갔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국립공원법에는 샛길에 들어가면 10만~3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돼 있지만 이를 어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민현주 대한산악구조협회 교육기획팀장은 "샛길 중에는 위험한 코스들이 많다. 사고가 나도 위치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샛길 출입 적발 사례는 2012년 708건에서 2013년 1105건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도 1100건이나 됐다.

음주 산행도 문제다. '시작주(등산 시작 전 마시는 술)' '정상주(산 정상에서 마시는 술)' 등의 이름이 붙은 음주 관행은 큰 사고로 연결된다.
김창곤 북한산 경찰구조대장은 "지난해 사고 구조자 중에 30% 정도가 술을 마시고 산에 오른 경우로 추산된다. 실족 사고를 당했는데도 만취 상태여서 아픈 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또 "알콜은 판단력을 떨어뜨리고, 반사 신경을 더디게 한다. 정상에서 술을 마시고 하산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위험한데도 음주 산행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등산에 맞지 않는 복장과 장비도 사고를 부를 수 있다. 등산 전문가들은 운동화나 구두를 신고 바위 등산로를 오르는 건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한혁 국립공원관리공단 안전기획팀 과장은 "등산화는 발목을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재질도 산을 오르기에 적합하다. 등산화를 신으면 발을 헛디뎌도 부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축성이 떨어지는 청바지도 등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안전 수칙만 잘 지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등산하고, 등산화·배낭·스틱 등 장비를 올바르게 갖춰야 한다. 여름철에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30분마다 한 번씩 그늘이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사고가 난 경우엔 자신이 있는 위치를 파악하고, 즉시 112·119 등에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한 과장은 "국립공원에는 500m 간격으로 탐방로 위치표시판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사고에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벽 등반 사고도 조심해야 한다. 서울시 10개 주요 산의 암벽 등반 사고 사례는 2012년 10건에서 2013년 27건, 2014년 45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낙석이나 로프 자일이 끊어져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용환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산학교 과장은 "암벽을 오를 때는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한다. 자신의 실력에 맞는 길로 오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지훈·김지한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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