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탁월한 선택, ‘모둠전’

중앙일보

입력 2015.05.2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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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직장인들이 퇴근 후 즐겨 찾는 곳이 부침개 집이다. 감자전, 굴전, 호박전, 김치전, 해물전, 파전, 녹두전(빈대떡) 등 다양한 부침개와 더불어 시원한 막걸리를 한잔 걸치면 하루 피로가 다 가시는 듯하다. 그런데 막상 이 다양한 부침개 가운데 어느 것을 시켜야 할지 망설여진다. 함께 온 사람마다 입맛에 차이가 있다 보니 당기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

 뭘로 할지 의견을 물어 보면 각자 다른 것을 얘기하기 때문에 물어 보다 말고 내리는 결론은 대부분 ‘모듬전’이다. ‘모듬전’이야말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메뉴판에는 반드시 ‘모듬전’이 있게 마련이다. 횟집도 마찬가지다.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탁월한 선택을 ‘모듬회’라는 메뉴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듬전’ ‘모듬회’의 ‘모듬’이란 말은 맞는 말일까?

 ‘모듬’ ‘모둠’은 ‘모으다’의 옛말인 ‘모드다’ ‘모두다’에서 온 것이다. 이들 어간에 명사형 어미 ‘-ㅁ’이 붙어 ‘모듬’ ‘모둠’이 된 것이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모드다’ ‘모두다’는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말이지만 중국·북한 등 일부 지역에선 ‘모으다’의 의미로 남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어원적으로는 ‘모듬’ ‘모둠’ 둘 다 가능하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이 가운데 ‘모둠’을 표준어로 정했다. ‘모둠밥’ ‘모둠냄비’ ‘모둠꽃밭’ ‘모둠발’ ‘모둠매’ 등 합성어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기 때문이다. 초·중등학교에서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학생을 대여섯 명으로 묶은 모임도 ‘모둠’이라 이름을 정하고 사전에 올렸다(1999년).

 ‘모둠전’이나 ‘모둠회’는 사전에 올라 있는 단어가 아니지만 국립국어원은 이 역시 ‘모듬전’이나 ‘모듬회’가 아니라 ‘모둠전’ ‘모둠회’로 할 것을 권하고 있다. ‘모둠’이 들어간 다른 합성어를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다. ‘모듬요리’ ‘모듬구이’ ‘모듬초밥’ 등도 ‘모둠요리’ ‘모둠구이’ ‘모둠초밥’으로 바꿔야 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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