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석현 회장 "한국, '제3의 개국'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28일 “현재 한국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자유와 개방을 통해 세계의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제3의 개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날 오후 경희대 네오르네상스관 네오누리에서 진행된 ‘미원(美源)렉처’에서 “이를 위해 한국은 ‘매력국가’, ‘향기가 나는 국가’라는 비전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새로운 한·중·일 시대와 대한민국의 꿈’을 주제로 한 이번 강연에서 홍 회장은 또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와 기회에 대한 정치 지도자들의 인식은 너무나 안일하다. (지금처럼)꿈이 없이 있는 것을 나눠먹고 살겠다는 것은 자식과 손자의 등골을 빼먹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는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및 학생 250여명이 참석해 경청했다. 조인원 경희대 총장과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 김교준 중앙일보 편집인 등 귀빈도 함께 했다. 이어진 홍 회장과 학생들과의 대담은 권기붕 평화복지대학원장의 사회로 이뤄졌다.

미원렉처는 경희대 설립자 고 조영식 박사의 호 ‘미원’을 따 이름 지은 특별강연 프로그램으로 국내외 석학, 전문가 등을 연사로 초빙하는 학술행사다. 2010년 폴 케네디 예일대 석좌교수를 시작으로 2011년 프레드 블록 UC 데이비스 사회학 교수, 2012년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지금까지 5명이 강연했다. 한국인 연사는 홍 회장이 처음이다. 다음은 강연 전문.

“여러분 반갑습니다. 제가 우리 총장께서 강의 제안을 하셨을 때 사실 좀 망설이기도 했지만 한번 저와 인연이 깊은 경희대에 와서 젊은 학생들하고 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제안을 덥석 받았습니다.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볼 때 제가 아주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보니까 ‘미원렉처’라는 게 설립자이신 조영식 박사님을 기념하는 그런 강연입니다. 또 앞에 강연하신 분들이 세계적인 석학들이시고 한국인으로서는 제가 처음이 아닌가 하는 발견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아 이게 잘못 덥석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고.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오늘 말씀 드릴 '새로운 한중일 시대와 대한민국의 꿈'은 제가 오래 생각해왔던 주제입니다. 몇 년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제가 비슷한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런 주제로 제가 총정리를 하게 된 게 5~6년 전 서강대학교 창립 50주년 기념강연을 부탁받았을 때입니다. 제가 나라 걱정을 많이 하다 보니까 여러 가지 생각도 많이 정리가 되고 그래서 이번에 평소에 생각했던 것을 정리했는데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많습니다. 그걸 정리한 게 6페이지입니다. 제가 이것저것 얘기한 자료를 보내드렸을 텐데 혹 몇 분은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집안과 미원 선생님 집안과의 인연은 거의 70년에 가깝습니다. 저희 선친과 미원 선생이 네 살차이 밖에 안나지만 어떻게 인연이 돼서 사제관계였습니다. 선친이 서울 법대에, 당시 미원 선생이 다니실 때 강의를 하신 적이 있어서 사제관계가 나중에 또 우정으로 발전해서 어려운 세상을 두 분이 살아가시면서 서로 힘이 되고 돕는 관계를 맺게 됐습니다. 이제 조 총장님하고 저하고 경희대 이사를 같이 하는 세교가 있는 집안이 된 셈입니다 이런 깊은 인연이 있기 때문에, 강연을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전문 교수는 아닙니다. 박사학위를 했습니다만 학자라 물으면 학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또 누가 ‘언론인이냐?’고 물으면, 글쎄요. 제가 언론계 종사한지는 21년이 됐지만 기자 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또 언론인이 아닌 것도 아니지만 언론인이냐는 답변을 하기가 그렇습니다. 또 한편 ‘당신은 행정가냐 정치가냐?’ 질문한다면 제가 행정에 잠깐 몸은 담았습니다만 행정가라고 주장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죠. 그럼 기업인이냐 하면 그 질문엔 대답을 하기도 뭣하고 안하기도 뭣하고…. 저는 한번도 기업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를 않았어요. 창업도 해봤고 회사 경영도 해봤지만 그렇습니다. 참고로 여러분들이 흔히 보는 회사 ‘CU’를 제가 창업했습니다.

기업인이기도 하지만 기업인으로 주장하기에는 켕기는 게 있고. 그런 게 있어요. 작년 10월에 여러분들 아시는지 모르지만 제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만 65세, ‘지공거사’가 됐습니다. 그러니 오늘 말씀드리는 내용이 어떻게 보면 저라는 아주 상당히 유니크한 인생 경험을 가진 사람이 나름대로 자기의 세계관이라던가 가치관이 생겼는데 얼추 오늘의 우리 현실에 맞춰서 정리해본 거다, 이렇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오면서도 걱정이 되는 게 수원에서도 오신 학생들이 있는 걸로 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을 재미도 없이 자기 독특한 시각으로 본 세계관을 얘기하는 것이 어떨까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이왕 오셨으니 재미나게 들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스펙의 청년들, 직장 걱정 해야 하니 선배로서 미안해”

제가 인생의 선배로서 여러분들에게 상당히 미안한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제가 회사 직원을 뽑아봐도 그렇고 언론을 봐도 그렇고 요즘 젊은 학생들이 훌륭한 스펙을 가지고 있어요. 평균 대학생들이 하는 영어와 일어, 중국어, 상식과 지식. 아마 우리 시대에 갖다놓으면 전국 1, 2등을 다투는 스펙과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걱정이 청년 실업입니다. 여러분들이 아마 먹는 것 걱정은 안하실 거에요. 굶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 굶는 걱정도 안하고, 또 어디가서 잘까 하는 걱정도 안하실 거에요. 저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하고 살았습니다만, 저희 시대는 먹는 것도 걱정을 했고, 또 ‘어디 가서 잘까’ 하는 걱정을 하는 학생들이 저희 동료 학생들 중에 많이 있었어요. 옛날에 ‘왜 굶었느냐 라면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우스갯 소리도 있습니다만(웃음).

그렇지만 저희는 대학 졸업하고 희망이 있었습니다. 좋은 직장이나 나쁜 직장이 있었지만 어쨌든 직장에 들어간 사람은 희망이 있었어요. 올해보다 내년이 낫고 내년보다 후년이 낫고. 열심히 일하면 승진이 되고. 나라가 죽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 세대는 월세로 시작해서 전세로 가고, 18평 아파트에서 시작해서 2~3년 있으면 24평이 되고, 월세로 시작해서 전세로, 강북에서 시작해서 강남으로 가고. 그런데 요즘 학생들 보면 이렇게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는데 선배들이 뭘 잘못했길래 직장 걱정을 해야되나. 미안한 감정을 안 가질 수가 없죠.

제가 한번 통계를 봤더니 직장다운 직장이 우리나라에 600만개가 있답니다. 괜찮은 직장, 어떤 기준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거기에 들어가려는 좋은 직장을 찾는 사람이 1000만이라는 거에요. 이 400만의 갭(차이)을 어떻게 메꿔주느냐. 어떤 정치가나 기업가, 그 어떤 사람도 단기적으로 용 빼는 재주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미안한 마음을 갖고 위로의 말을 드립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또 하나 죄송한 게 있어요. 공무원 연금문제, 개혁문제, 요즘 나라 살림이 아주 어렵다고 예상되니까. 개혁을 안하면 안되는데 이걸 덜컥 정치권은 국민연금하고 연계해버렸어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세대 간의 문제가 되어버렸어요. 우리 같은 선배 세대가 젊은 세대의 등골 빼먹는 정책을 하려고 하는 거에요. 나중에 어떻게 되든 우선 우리 편하게 살자는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청년 실업도 문제지만 우리가 OECD 국가 중에서 노인 빈곤율이 1위입니다. 지금 기준은 이 자리에서 설명할 수 없지만 65세 이상 노인 중에 빈곤 계층이 48%에요. 국민연금 문제가 심각하죠. 정치권에서 표를 얻어야 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것도 젊은 분들에게 죄송한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도 있습니다. 이제 정년 60세로 연장이 됐죠. 정년 연장을 하면 임금 피크제를 해야 하는데 노동조합에서 찬성해줄 리가 없습니다. 이것이 다 여러분들하고 관련된 거에요. 다 해줄수 있으면 좋은데 임금피크제를 안하면 청년실업은 더 늘게 돼 있어요. 정규직 특권을 옹호하다보면 여러분들은 비정규직으로 들어갈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또 세대간의 갈등 문제가 있어요. 우리 세대는 이런 문제가 없었어요. 다같이 가난해서 오늘보다 내일이 낫고 올해보다 내년이 낫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벌어서 부모님들 드리고. 없는 집안이니 서로 화목하자는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오늘 학교에 왔습니다만, 대학 졸업식 때 가장 인기고 회자되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죠? 스티브 잡스가 한 말입니다. 췌장암을 1차로 극복하고 스탠포드대 졸업식에 와서 ”Be hungry, stay foolish“라고 했습니다. 별 거 아닌 말인데 심금을 울려요. 이게 여러분들에게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 다음 인기가 있는 연설은 오프라 윈프리. 세계적인 사람이죠. 글을 읽어봤더니 대학가서 연설할 때 자기는 준비를 안한대요. 딱 올라가서 어떤 학생의 얼굴에서 영감을 얻어 즉흥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타고난 연설가가 또 두 분이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예수님이 그랬어요. 그분들은 원고 준비 안했어요. 딱 어디가서 그 장소에 그 문제를 가지고 말씀을 하세요. 그래서 감동이 있는 거에요. 석가모니 부처님은 그랬다고 합니다. 제일 우거지상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의 문제가 뭔지를 봤다는 거에요.

저는 지금 50분이라는 시간을 받아서 현재 15분이라는 시간이 갔습니다. 시간이 잘 가서 좋습니다. 석가모니 이분은 소위 설법의 시간이, 그 우거지상이 펴져서 미소지을 때까지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그 청중 중에 제일 우거지상의 얼굴이 펴졌으니 다른 사람은 더 펴졌겠죠. 예수님도 똑같죠.

이제 그런데 저는 무슨 얘기를 할까, 여러분들하고 친해지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신문 보니 영화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어느 대학 졸업식에서 ”You’re fucked“(여러분, 엿 됐습니다)라고 했다는 겁니다. 올해의 졸업식 연설의 최고봉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소위 ‘엿먹은 세대’입니다. 여태까지 스펙을 쌓았는데 선배들이 시원치 않아서 엿먹고 있어요.

그러나 우리가 엿만 먹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나는 길이 있다고 봅니다. 청년 실업과 노인 빈곤이 연결된 문제지만 이게 결국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잠재성, 성장률이 떨어지는 저성장이 계속 되고 있고. 또 성장은 하는데 고용창출하고 연결이 안돼요. 그러니까 400만의 갭이 발생을 합니다.

“넘지 못하는 3만불의 벽, 빠른 양극화 추세…중도가 없는 우리나라 불쌍”

또 문제가 있습니다. 환율에 따라서 다르지만 ‘3만불의 벽’을 넘지 못하는 거에요. 그러다보니 직장 안 구해지지, 그래서 연애하는 애인이 있어도 결혼하자는 얘기가 안 나오잖아요. 부모한테 얹혀 살고 직장다운 직장이 없는데. 그래서 저출산이 됐어요. 그러다 보니 2017년부터는 우리의 생산 가능인구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것을 ‘Demographic Cliff’라고 해서 인구 구조가 벼랑 끝에 선 겁니다.

거기다 또 있어요. 부자는 계속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 양극화입니다. 이런 양극화 추세는 사실 세계적인데, 우리나라가 제일 빨리 그렇게 되고 있어요. 또 이념갈등과 지역갈등, 북핵 위협에 남북대결, 또 남남 갈등, 여기에 무슨 문제가 나오든 진영 논리입니다. 네편 내편 줄 잘못서면 안 되기 때문에 줄을 서놓는 게 좋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또 중도 세력이 없고. 중산층이 약하고. 이렇게 얘기하니까 우리 처지가 너무 불쌍하게 보입니다.

사실 세상에 문제 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너무 자학적으로 표현했습니다만, 사실 밖에서 보는 한국은 멋진 나랍니다. 저는 팔자가 역마살이 있어서 그런지 해외생활을 14년을 했지만 서울에 들어와서도 1년에 서너달을 꼭 나가서 일과 연관돼서 다니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들어보면 한국은 지금 참 멋진 나라가 됐습니다. 대단한 나라가 됐어요. 우리가 2차 대전이 끝나고 우리나라 수준의 민주화와 산업화라고 하나요. 동시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나라는 대한민국 하나에요. 미국은 2차 대전이 끝나고 수많은 전쟁에 개입했습니다.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무승부였죠. 미국이 개입해서 유일하게 성공한 나라가 우리나라에요. 그 정도로 우리를 밖에서는 훌륭하게 봅니다.

그리고 요즘은 브랜드 시대잖아요. 그래도 삼성 현대라는 두 개의 브랜드를 가진 나라가 흔치 않아요. 거기다 한류도 있죠. 그래서 외국서는 대단한 나라로 봅니다. 그런데 서울에 들어와보면 이게 서로 자학적인 캠프가 나뉘어서 잘 이해를 못하더랍니다.

“밖에서 보는 한국은 멋진 나라…정작 우리는 자신을 그렇게 평가 못해”

최근에 5~6년 사이 세계적 싱크탱크로 부상한 CSIS가 있습니다. 거기의 존 햄리 소장이 이런 말을 했어요. 아까 얘기한 거랑 똑같죠. "왜 너희는 너희 자신의 그것을 못 보느냐." 우리는 미들 파워를 자처합니다. 세계적으로는 브라질,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터키, 멕시코. 이런 나라들이 미들 파워라고 스스로 말합니다. 그런데 햄리 소장은 ”(한국은)내가 볼 때 미들 파워가 아니라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나라“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 평가를 못해요.

그럼 멋진 나란데 어떻게 더 멋진 나라를 만드느냐. 더불어 잘사는 행복한 나라를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 그게 저 나름대로 하나의 꿈같은 소리로 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러분이 지금 텍스트를 받아보신 ’매력국가 건설‘이라는 꿈을 피력해볼까 합니다.

왜 매력국가를 건설해야 하느냐. 당위성이 있어야 하는데. ’청년실업, 노인빈곤, 양극화, 벼랑끝 인구, 3만불의 벽.‘ 이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거든요. 당면하고 있는 위기를 돌파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릴 수 있는 국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유일한 국가 전략이 될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시대를 여는 하나의 수단, 하나의 꿈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여러분과 관련돼 있는 청년 취업과도 연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너는 왜 위기라고 생각하느냐?‘ 개인도 그렇고 회사, 나라도 마찬가집니다. 같이 경쟁하는 상대방이 있어요. 우리의 경우 상당히 행운이었던 건 우리가 1960년~1980년대에 고속 성장을 하고 이만한 나라를 만들었던 건 중국이 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화혁명이다 공산주의다 하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이때 일본이란 큰 시장과 일본어를 이해하는 아버지 세대들이 기술도 사오고 훔쳐오기도 하고 어떻게 해서 합작도 하고 해서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중국이 깨어났어요. 깨어난 지 오래됐죠. 깨어난 정도가 아니라 시진핑의 중국몽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과거 중국의 역사가 찬란했을 때를 재현하겠다는 얘기에요. 중국이 제국주의의 밥이 돼서 몰락을 시작한 게 19세기 초지만, 아편전쟁 이후 100년의 치욕의 역사를 살았는데 지금 이 사람들은 강한 한나라, 융성했던 당나라, 강한 성당의 시대를 다시 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나라 시대의 무역 루트였던 실크로드를 다시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게 ’원벨트원로드 정책’(일대일로 구상) 아닙니까? 말만 한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 언론을 통해서 접했겠지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를 만들었어요. 우리도 미국 눈치 보느라 언제 들어가나 하고, 미국은 들어가면 동맹국 아니다 으름장 놨는데. 영국도 냉큼 들어갔어요. 우리도 들어가고, 일본도 기회는 놓쳤지만 들어가는 겁니다. 미국도 오바마가 기회를 놓친 거에 대해 ”바보같은 정책이다”라고 평했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국이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강한 청·당 시대 부활 꿈꾸는 중국, 20년 잠 깨어난 일본…우리의 꿈은 매력국가 건설”

또 지난 20년 일본이 잠들었어요. 중국이 깨니까. 스스로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아베 총리가 집권하고 나서 ’아름다운 일본‘이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말은 아름다운데 들어보면 속은 ’강한 일본‘이에요. 집단 자위권을 얘기하죠. 일본의 지도자로서는 당연한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이 ’아베노믹스‘가 이제 세 개의 화살을 쏘기 시작했어요. 지금 두 개의 화살을 성공적으로 쏴서 닛케이 지수가 사상 최대입니다. 일본 대학생들은 취업률이 90%라고 해요. 원하는 기업을 골라서 가고 있어요. 세 번째 화살이 어렵다고 혹자는 얘기합니다. 구조 개혁을 해야되니까요. 맞는 얘기에요. 그러나 어쨌든 일본은 움직이고 있어요. 동경 가보세요. 활기가 넘쳐나고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 힘을 다시 찾았어요. 아베가 역사를 다시 쓰겠다며 주장하는 '수정주의 역사관'은 비록 비용을 치르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진행 중입니다.

과연 중국의 꿈과 일본의 꿈 사이에서 우리는 무슨 꿈을 꾸고 있습니까? 우리의 지도자는 뭘하고 있어요? 여러분들이 알면 얘기해보세요. 아까 얘기한 문제가 지금 쉽게 안 풀립니다.

우리나라의 현재 체질이나 발상으로는 3만불의 덫을 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소득 2만8000불이 계속 가느냐. 앞으로 가지 않으면 뒤로 갑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소득 1만불 시대를 두 번 했어요. 재수생이나 마찬가집니다. 2만불도 마찬가지죠.

2006년 통계를 보면 싱가포르가 2만6000불, 우리가 2만불입니다. 우리는 지금 환율 덕에 2만7000불이라고 하는데. 싱가폴은 9년 만에 5만6000불이 됐어요. 남은 하는데 우리는 기껏 해서 제자리걸음이에요. 일본은 1만불에서 2만불 오는데 7년, 3만5000불 가는데 7~8년이 걸렸습니다. 여러분, 공부도 그렇고 한 번에 쇠가 달궈졌을 때 확 올라가야지 아니면 다시 내려갑니다. 중국은 그 강한 나라가 지금 더 강해지려고 하고 있고 일본은 20년의 잠을 깨서 대학생 취업률이 90%에 달합니다. 여러분, 부럽지 않아요? 우리는 뭘합니까? 저는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그럼 뭐가 기회냐.

제가 2009년 서강대학에서 얘기할 때는 이렇게까지 올 줄은 몰랐어요. 제 예측이 거의 비슷하게 맞아가고 있는데. 과거 중국이 자고 있을 때 일본이 있었듯이, 우리가 중국을 활용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람이 중국에 들어가서 사업하는 건 점점 어려워요. 지금 한중일이 차지하는 세계 GDP가 21.1%입니다. 세계 1/5의 경제입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있거든요. 세계 자본과 기술, 또 미국 유럽에 있는 인재들을 우리가 서울에 유치해야 되는 거에요.

“‘제3의 개국’이라 할 만한 아시아 최고 수준 개방으로 전세계 인재, 자본 끌어들여야”

왜 유치할 수 있느냐? 거대한 중국 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천에서 한시간 내에 도달하는 인구가 5억~6억입니다. 어마어마한 인구에요. 왜 중국에 가서 직접하면 안되느냐. 여러분들이 중국에 가서 힘들다는 건 많은 기업인들이 느꼈지만 서구 사람들이 그걸 견디기가 힘들어요.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대단위의 중국향 전진기지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본보다 훨씬 열린 사회, 다이내믹한 사회를 만들면 됩니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

긴 이야깁니다만, 아주 쉽게 얘기하면 아시아 최고 수준의 자유와 개방으로 세계의 인재와 자본 기술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저는 그걸 제3의 개국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개화기 개방 이후 남쪽은 북쪽과 달리 개방을 통해서 이만큼 성장했는데 이 정도 가지고는 안돼요. 이 정도의 규제와 외국인에 대한 문화, 또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혁파할 수 있는 제3의 개국을 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매력국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매력이 뭡니까? 저는 남자니까. 매력있는 여성을 보면 누구나 끌려요. 물론 외모도 중요하죠. 그런데 외모 말고 풍기는 분위기가 중요한 거거든요. 지적 수준이 높다거나, 얘기해 보니 대화가 잘 된다거나. 여러분들이 연애들 하실텐데. ’저 친구는 심성이 곱다‘는 생각도 있을 테고요. 종합적으로 이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든 ’향기가 나는 사람‘이 돼야 되거든요.

마찬가지로 나라도 '향기가 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꼭 군사력이 강하고 경제력이 강한 나라가 향기가 나는 나라가 아닙니다. 제가 서강대 강연에서도 얘기했지만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에서 쓰신 ’나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기를 바란다‘를 많이 인용을 합니다. 그분이 누가 대필을 했는지를 의심할 정도로 혁명가가 이런 발상을 하셨나 싶습니다. 거기서 ”문화 향기가 나는 국가가 돼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또 조 총장께서 설립자가 부산 피난 시절에 쓰신 책 '문화세계론'을 주셨어요. 제가 그 내용을 읽어보고 100% 동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30대 초반 철이 없었는데 이 어른은 그 열악한 피난 시절에 문화 세계론을 펼 수 있었나 놀랍습니다. 또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향기가 나는 국가를 만들어야 해요.

그렇다면 그런 나라들이 있느냐?

이 질문에 저는 '아직은 우리가 배울 나라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17세기 네덜란드가 성공 사례입니다.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식민지였어요. 식민지를 벗어나서 100년도 안돼서 세계의 해양 강국으로 부상을 합니다. 이걸 일으켰던 동인이 종교와 사상의 자유에요. 망명자의 천국이에요. 여러분들이 잘 아는 데카르트가 여기서 20~30년 망명 생활 했어요. 신교 칼뱅파로 몰려서 불란서에서 쫓겨나서요. 또 여러분들이 잘 아는 영국의 사상가 존 로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딱 하나를 풀었는데 최고의 인재가 오는 거에요. 어떤 사람들이 오느냐? 구교 국가에서 박해를 받던 신교의 자본과 위그노들이 다 온 거에요. 그 다음에 유대인들도 왔죠.

제가 말씀드린 제3의 개국이라는 건 청년의 발랄함과 다이내미즘, 여기에 세계의 인재, 자본과 기술을 끌고 올 수 있는 나라가 돼야한다는 겁니다. 독립운동 당시 미국의 founding father(건국의 아버지)들이 어느 나라를 벤치마크하느냐? 네덜란드를 벤치마킹하게 되는 겁니다. 화란(네덜란드)과의 관계는 하멜 표류기서부터 많은 인연이 있습니다.

“브랜드가 있는 한국, 세계가 먹여살리는 한국을 꿈꾼다”

또 하나의 예가 있어요. 런던이에요. 작년에 이코노미스트에 런던의 특징이 나왔습니다. 요즘은 브랜드 시대지 않습니까? 그런데 런던의 브랜드가 뉴욕을 넘어섰다는 겁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어요. 런던 중심부는 영국 사람은 못살아요. 세계 부자들이 다 와서 진을 치고 있어요. 러시아 부자, 중국 부자, 또 중동 왕족. 하지만 그건 부동산 값이 올라서 못 사는 게 아니라 도시가 매력이 있어서 오르는 거에요. 여러분들 놀러 가면 홍대 앞이나 청담동 카페를 가잖아요. 자연스럽게 매력있는 데로 가게 되는 거거든요.

이코노미스트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런던이 영국을 먹여살린다. 그러면 런던은 누가 먹여살리느냐? 세계가 먹여살린다.'

나는 세계가 먹여살리는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어요. 물론 한국에 부자들도 많죠. 하지만 런던 시장이 자신이 총리보다 세다고 합니다. 우리도 어디 시장이 뭐하고 싶어하잖아요. 마찬가집니다. 런던이 독립해야 한다는 말도 있어요.

이런 브랜드를 만들지 않으면 위기를 돌파하지 못합니다.

제가 놀랄만한 얘기 하나 해 드릴까요. 불란서 사람들이 콧대가 얼마나 높은지 아시죠? 런던이 제4의 불란서 도시입니다. 파리, 리옹, 마르세이유에 이어 런던이에요. (런던에 사는 프랑스 사람이) 50만이라는 주장도 있고 80만이라고도 합니다. 또 스웨덴을 비롯한 북구가 참 좋은 나라죠. 복지 완벽하게 돼 있고. 하지만 꿈꾸는 젊은이들은 거기 없어요. 다 런던 와 있어요. 왜냐, 거기서 뭔가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생은 하겠지만요.

뉴욕은 제가 얘기 안하겠습니다. 그 다음에 실리콘밸리에요. 실리콘밸리는 저도 스탠포드를 나와 공대 들어가서 석사하고 박사는 경제학 했지만. 제가 1972년에 가서 그 스티브 잡스가 애플 컴퓨터를 만든 시대에 같은 공간에 있었어요. 제가 어리석어서 땅 한평 못사놓은 게 참 아깝습니다.(웃음)

그 실리콘밸리가 우리나라의 충청북도 크기 정도 될 거에요. '베이 에어리어'가 말입니다. 그런데 거기 GDP가 얼만 줄 아세요? 우리나라는 1조4000억. 그런데 그곳은 2조7000억 대에요. 이게 다 스탠포드, 버클리 졸업생들. 또 하버드 MIT 졸업생이 거기 와서 한 거에요.

왜 자기 동네 아니고 거기 오느냐? 거기 독특한 생태계 브랜드가 있는 거에요. 전부 애들이 창고에서 만든 회사에요. 재벌이 만든 거 아니에요.

우리나라의 창조경제 혁신센터들은 다 재벌이 중심이 돼서 하더라고요. 난 잘 이해 못하겠어요. 그럼 미국 사람들이 한 건 줄 아세요?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마크 주커버그가 러시아 사람이잖아요. 구글 창업자도 마찬가지에요. 인도·파키스탄·중국·한국 사람입니다.

실리콘밸리 같은 문화가 왜 한국엔 없습니까? 경희대 학생들 중에서 주커버그 나오지 말란 법이 어디가 있습니까? 그런 학풍을 만들어야 해요. 학문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지만. 또 그런 학생이 한번 나와야 10억 기금해서 학교 발전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학생을 여러분들의 후배로 키울 수 있어야 됩니다.

제가 네덜란드, 실리콘 밸리, 런던 얘기를 했지만. 더 한심한 건 싱가포르가 한 걸 왜 우리나라가 못해요? 리콴유가 별 거 아니에요. 서구에서 경제발전시킨 건 평가받아도 거긴 반 경찰국가에요. 일당 독재국가, 문화가 없는 나라에요. 열대에요. 그런데 우리가 왜 못합니까?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도쿄 외국 기업 본부, 서울 아닌 싱가포르·홍콩으로…정말 화나는 일”

제가 정말 화가 났던 건,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어났을 땝니다. 동경에 있던 굴지의 미국·유럽·글로벌 아시아본부가 전부 옮겼어요. 어디로 옮겼느냐? 70%가 싱가포르로 가고 30%가 홍콩으로 갔습니다.

난 이게 참 슬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경이 서울보다 오피스 렌트(사무실 임대료) 값이 다섯배입니다. 비싼 게 나쁜 게 아니에요, 매력이 있으니까 그런 거에요. 그런데 서울엔 지금 도심에 공실률이 얼마나 있는 줄 아세요? 강남이나 잠실의 100층 건물에 올라가보세요. 텅텅 비어있습니다. 또 모 기업이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앞에 100층짜리 건물을 세운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걸 채울 수 있게 해야 되는 거에요. 용산에도 올라가면 채워야 되는 거에요. 상암동에도 또 채워야 되는 거에요. 후쿠시마 사태가 일어나서 기업들이 모두 이사를 갈 때, 자연스러운 선택이 서울이 돼야 되는 거 아니에요? 왜 그 열대 먼 데로 갑니까? 그런데 서울 생각하는 기업은 없어요. 왜 없을까요? 우리가 반성해야 되는 겁니다.

제가 이렇게 목청을 높이는 이유가 우리의 지도자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치 지도자들, 언론도 마찬가지고, 대학도 마찬가지고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가 처한 위기와 기회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이한 거에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중국은 더 세게 나가고 있습니다. 중국도 그런데 우리는 무슨 꿈을 꾸고 있어요?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에요. 있는 거 나눠먹는 것은 여러분들의 등골 빼먹겠다는 것과 같은 겁니다.

나쁜 규제를 풀고, 좋은 것을 지원하고 필요한 개혁은 과감히 해야 하죠. 그렇다면 너는 어떤 생각이 있느냐? 여러분들이 자료를 읽었으니까 5분 내로 정리를 하겠습니다. 구체적인 제안입니다.

“역시 희망은 창업…최고 일류는 창업하고, 스톡옵션으로 동기부여해야”

아까도 말했듯이 역시 저는 창업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1997~1998년 환란을 겪고 김대중 정부가 창업 붐을 일으켰어요. 엄청난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 씨앗과 비료가 오늘날 살아남아서 다시 창업 붐이 일어나는 바탕이 된 겁니다. 지금은 우리 박 대통령도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계시니까 다시 이걸 정말 잘 해야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다각도에서 다시 조명을 해서 다시 창업이 일어나야 합니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10년 뒤에 1억불 기부할 사람이 두 세명 나와주세요. 적어도 1000억씩 턱턱 내놓는 사람들이 나와야 해요. 창업하세요.

제가 이 세계를 좀 알기 때문에 스탠포드의 생태계를 알거든요. 작년에 대통령이 창조경제 하신다고 해서 저희 신문이 일주일 걸쳐서 스톡옵션 얘기를 했어요. 창조경제 핵심은 뭡니까? 여러분 뭐라고 생각하세요? (동기 부여 아닙니까?) 네. 동기 부여죠. 더 쉽게 얘기하면 최고 일류가 창업을 해야된다는 겁니다. 1.5류가 공무원 하고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을 가는 겁니다. 겁 많은 놈들이 변호사 의사 되겠다는 겁니다. 최고 일류는 창업을 해야돼요.

동기 부여가 돼야 되죠? 동기부여는 뭐냐, 미래에 대한 꿈이 있어야 돼요. 유일한 게 스톡옵션이에요. 창업 회사에 가서 삼성 월급을 달라는 건 도둑놈 심보입니다. '삼성의 반은 받아야 한다'도 도둑놈입니다. 1/3~1/4이라도 최고 일류가 가도록 해줘야 해요. 그러려면 미래에 대한 소득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스톡옵션이에요.

다 알면서 재경부가 못해요. 대통령은 그게 문제가 되는지도 몰라요. 우리 신문 가끔 보셨을텐데. 이게 김대중 정부에 있었어요. 그런데 하도 사기꾼들이 해먹으니까 벤처붐이 꺼지면서 노무현 정부 들어오면서 없앴어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 판교에 가서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며칠 전 신문에도 났어요, 해달라고. 청와대 미래부 당에 가져다 밀어도 안됩니다. 미래창조부 장관하고 점심을 했는데 "왜 아직도 못하십니까?" 했더니 소이부답. 그저 미소지을 뿐입니다. 그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정부는 실리콘밸리같은 창업 생태계 조성해야…한 도시만 골라 세계 최고 수준 개방 해봤으면”

그런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또 지금 대기업이 잘 하고 있는 자그만 창업회사 후려쳐서 뺏어가는 거, 압박해서 기술 훔쳐가는 거 정말 못하게 해야돼요. 정부가 그런 역할 해야돼요. 더 중요한 건 네덜란드가 했듯이, 또 런던에서 했듯이, 실리콘 밸리에서 했듯이 세계의 인재들이 중국 시장을 보고 우리 문화와 기술력을 보고 우리나라에 와서 창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걸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 꿈은 전국이 싱가포르처럼 됐으면 합니다. 그런데 그거는 제가 죽은 다음에도 안될 거 같아요. 그래서 우선은 실험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방 도시나 구역을 하나 만들어봤으면 좋겠어요.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나 보는 거에요. 지금 인천 송도, 또 아무도 살지 않는 새만금, 또는 제주도 가지고 해볼 수도 있겠죠. 옛날에 돌아가신 박 대통령은 한번 해봤을 거 같아요. 돌아가신 정주영 회장이나 이병철 회장은 한번 해봤을 거 같아요. 지금은 해보지도 않아요. 이래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 이게 문제입니다 저게 문제입니다 라고만 합니다.

또 하나는 제가 애국 정책 통일 문제에 대해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저는 20년전부터 결국 남북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풀어나가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과도 긴밀히 협의해야겠지만 그 사람들은 자기 일에 바빠요. 남북문제나 한국의 문제는 미국의 오바마나 케리의 논리에선 365일에 하루 정도도 생각 안할 거에요. 차관보 수준에서나 할 겁니다. 지금 우리가 차관보 수준과 상대해서 풀어나가고 있어요. 왜냐, 우리의 아이디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북핵문제가 절대로 한반도에 핵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대원칙 아래 북핵은 하나의 대화 목표로 삼고 대화의 조건으로 걸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자꾸만 접촉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얘기하지만 통일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습니다. 너무 쉽게 오면 우리나라에 좋지도 않아요. 가장 바람직한 건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돼요. 물론 북한 인권 문제도 중요해서 계속 얘기해야 돼요. 하지만 그 문제만 얘기하면 안돼요. 우리가 거기에 투자를 해나갈 때 가능합니다.

“평화 없이 매력국가 달성 불가능…평화는 남북간 만들어야지 남이 주지 않아”

왜 제가 이말씀을 드리냐면 매력국가를 만들어야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세대와 여러분 세대가 갈등할 필요가 없는 거에요. 평화 없이 매력국가는 절대 달성하지 못합니다. 평화는 남북간에 만들어가야지, 다른 나라가 주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매력국가의 길을 갈 때,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어요, 경제가 어느정도 돼야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우리 사회 각 분야 갈등 구조가 선순환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언어학자 비트겐슈타인이 한 말을 제가 좋아합니다. 세상에 문제가 많아요. 그런데 "문제는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어요. 문제는 사라지는 겁니다. 더 큰 게 이뤄질 때 우리가 싸웠던 작은 문제는 사라지는 겁니다. 그게 가장 좋은 해결책입니다.

또 한가지 통합 관련해서 한마디 말씀을 드리자면 우리가 작은 나라에서 서로 아웅다웅하고 살다보니까 여러 가지 형편이 어려워지니까 서로를 아끼는 문화가 아주 각박해지는 거 아닌가 싶어요. 우리 이웃나라지만 저는 인재를 아끼는 걸 서로 가슴에 새겨놓고 남의 가슴에 못박는 말 하지 말고. 또 청문회에 나온 사람 봐줬으면 좋겠어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중국의 등소평 선생이 모택동하고 앉아서 이야기를 했답니다. 모택동이 능구렁이니까, 이렇게 말했답니다. "내가 생각해보니까 참 일을 하려고 들판에서 상하로 뛰어다녔는데 못한게 많아. 한 반은 잘하고 반은 잘 못한 거 같아."

등소평이 여기서 대답 잘못했다가는 아오지 탄광가는 국면이거든요. 그래서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볼 때는 어려운 환경에서 7개는 잘하시고 3개는 조금 아쉬움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모택동이 조금 얼굴이 펴졌어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6개는 잘하고 4개는 못한 거 같아."

이것이 등소평의 '공칠과삼론'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집니다. 우리가 일제시대를 겪고 한국전쟁, 상업화, 민주화 해오면서 우리 선배들이 다 잘했겠습니까? 7개 잘한 사람은 좀 봐줬으면 좋겠어요.

“공칠과삼, 구동존이 정신으로 화해와 통합을”

또 하나는 중국에서 많이 쓰는 '구동존이'라는 것입니다. 의견이 다른 것 말고 같은 걸 두고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1962년 그 유명한 여산회의라고 있어요. 50년대 말에 모택동이 대약진 운동을 벌입니다. 좌파 정책이죠. 영국을 넘어서는 철강 생산을 한다고 해서 동네마다 철강소를 만들어요. 놋젓가락까지 모았어요.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 3000만명이 굶어죽었어요. 이걸 비판하는 게 여산회의였습니다. 여기서 하도 싸우니까 거기서 대토론 과정에서 팽덕회란 사람이 숙청이 됩니다. 싸움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때 연설 중에 유명한 게 있어요. “우리가 같이 사회주의 협력하자고 해서 이만큼 왔는데, 우리끼리 싸워서 되겠느냐, 다른 것은 남겨놓고 서로 동의하는 것 가지고 다시 시작하자.”

우리나라도 이 '공칠과삼 구동존이'가 필요하지 않느냐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지공거사의 입장에서 농담하나 할게요. 여러분들 늙은 게 뭔지 모르죠? 못 늙어보셨죠? 나는 젊어봤어요. 그래서 여러분들의 고민을 제가 압니다. 누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도 했지만 한번밖에 오지 않는 게 인생이에요. 가슴 뛰는 인생을 사세요. 여러분들이 진짜 인재라고 생각하면 남의 밑에 들어가지 말고 혼자 한번 해보세요.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책 제목이 있어요. 흉악한 얘긴데, 그래도 메시지가 있는 거 같습니다. 여러 사람이 해서 1등을 하려고 하는 생각을 하지 말고 아무도 안하는 'only one'이 되어라. 그런 말로 해석이 돼요. 독창적인 인생을 사세요. 물론 어려움이 많겠지만 거기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리라 생각합니다.

멋진 인생, 행복한 인생을 디자인하십시오. 이게 선배가 주는 위로의 말씀이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지혜ㆍ조혜경ㆍ노진호 기자 wiselie@joongang.co.kr

[강연 질의응답] 홍석현 회장, 경희대 학생들 질문에…
[강연 핫클립] 홍석현 회장 "한국, 제3의 개국 필요하다"

*** 사진설명
홍석현 중앙일보JTBC회장이 28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미원렉처` 특강을 하고 있다. 의자 앞줄 오른쪽부터 조인원 총장,공영일 이사,이건수 이사,이동욱 이사,박찬법 이사,조재호 이사. [사진 강정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