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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불법 성형 브로커가 의료 한류 다 죽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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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 관광객들에게 성형수술을 알선해 주고 수수료를 챙긴 불법 브로커 11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구속됐다. 브로커 김모(33)씨는 수술비의 최고 90%를 수수료로 챙겼다. 한 중국인 여성은 시가의 30배가 넘는 2억원을 주고 가슴성형수술을 받는 ‘바가지’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의료법 개정으로 등록만 하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강남 등 성형외과 밀집지역엔 등록하지 않은 불법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현재 최소 2000명 이상의 불법 성형 브로커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브로커들은 바가지 요금, 탈세는 물론 과잉 시술을 유도해 의료사고의 위험도 안고 있다.

 의료산업은 양질의 의료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새 성장동력이다. 지난해 25만 명이 의료관광을 다녀갔다. 이 가운데 미용성형시술을 받은 중국인은 5만6000명에 달한다. 의료관광객이 늘어나면 국내 성형외과 병원들이 호황을 누려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몇 년 전부터 수술비의 최고 90%를 브로커들에게 내주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만연하면서 폐업한 성형외과도 많다. 한국 성형외과 병원들이 중국인 브로커들의 하청업자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중국인 고객들이 아예 발길을 끊을 우려가 크다. 브로커들의 바가지 요금을 한국 병원들의 책임으로 오인해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중국 관광객의 성형수술 사고가 잇따르자 한국 정부에 대책을 요청했을 정도다.

 이제 보건의료 당국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경찰·검찰이 함께 불법 브로커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나서야 한다. 불법 브로커에 기생해 이익을 챙긴 병원·의사도 처벌해야 혼탁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서 주장하는 성형수술비 부가세 환급도 도입해 볼 만하다. 중국인 고객이 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신고하면 탈세와 불법 알선행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불법 브로커들은 한국에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오히려 ‘의료 한류’의 이미지를 해쳐 발전에 걸림돌만 될 뿐이다. 불법 브로커를 뿌리뽑지 못하면 의료 한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