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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국 금리 인상이 몰고 올 후폭풍, 치밀한 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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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해 10월 양적완화 종료 뒤 예고됐던 사안이지만 최근 미국 경기 회복세가 불투명해지면서 월가를 중심으로 연내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 ‘희망사항’을 옐런 의장이 일축한 셈이다. 인상 시기는 9월이 유력하지만 12월 설도 만만찮다. 다만 옐런 의장이 “기준금리가 장기적인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며 빠른 속도로 돈줄을 죄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적어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숨 돌릴 시간은 벌어 준 셈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신흥국에는 자금 유출 공포로 이어진다. 지난해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때와 연초 금리 인상설 확산 때 브라질·멕시코 등 이머징마켓 통화들이 급락하면서 신흥국 경제가 곤두박질 하기도 했다.

 당장 우리 경제도 발등의 불에 대비해야 한다. 아무리 튼튼한 재정, 세계 7위인 풍부한 외환보유액,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상흑자 등 기초체력이 다른 신흥국보다 뛰어나다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우리 경제는 고질적 내수 침체와 고령화에 발이 묶여 몇 년째 저물가·저성장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1100조원의 가계부채는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처럼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혼돈에 빠질 경우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어떤 정책 조합을 가져갈 것인지 깊이 고심해야 한다. 경기 회복 신호가 여전히 미약한 상황이라 당장 금리를 올릴지 내릴지, 환율과 외환은 어느 수준으로 가져갈지 엇박자가 날 수 있다. 환율정책은 고차방정식보다 어렵다. 수출은 주는데 경상흑자는 커지는 ‘불황형 흑자’가 원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하자면 원화가치 하락을 막아야 하는데, 수출을 생각하면 반대로 원화가치 상승을 용인하기 어렵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우리가 꼭 따라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데는 좀체 화끈하게 달궈지지 않는 우리 경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면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노선인 9월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외환시장 모니터링도 더 치열하고 섬세해야 한다. 단기 급등한 코스닥은 6월 상·하한가 확대 조치와 맞물려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이 급속 냉각될 경우 저금리로 빚을 늘린 가계는 이중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처방과 별도로 가계 역시 가능한 한 빚 부담을 줄이고 위험 투자를 삼가는 등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에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