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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갈 나이 지난 지금 왜?” 무릎 꿇은 유승준에 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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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2년 병역을 기피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입국이 금지된 유승준(39·미국명 스티브 유)씨가 13년 만에 공개 사과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씨는 지난 19일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를 통해 생중계된 인터뷰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국민 여러분과 병역의 의무를 한 많은 젊은이에게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죄하고 싶다”며 “되돌아갈 수 있다면 두 번 생각 안 하고 군대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1997년 데뷔한 유씨는 ‘나나나’ ‘열정’ 등의 노래로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은 스타였다. 각종 선행으로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하지만 병역기피 논란 속에 2002년부터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입국이 금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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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씨의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19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씨의 입국 허용에 대해 66.2%가 반대했고, 24.8%만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씨가 39세가 된 시점에 인터뷰를 한 것을 두고 “병역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타이밍을 노린 것 같다”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병역법상 만 38세가 지나면 소집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불가능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면 그대는 눈물에 약한 한국민의 착한 심성을 악용해 또다시 능멸한 것”이라고 했다. 한상덕 문화평론가는 “유씨의 경우 다른 사례와 달리 대중을 기만했다는 점 때문에 쉽게 용서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젠 유씨를 용서해도 될 때라는 의견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보다 교묘한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하는 유명인들이 많은데 유독 유씨에게만 엄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독 유씨에 대해서만 13년간 입국조차 할 수 없게 하는 건 법무부나 병무청이 유씨를 ‘시범 케이스’로 삼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지도층이나 유력 인사의 병역 비리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기업 3세 조모(24)씨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던 중 근무태만으로 고발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간 연예인들의 병역기피 의혹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인기를 모은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8)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복무 중 연예 활동을 하는 등 부실 복무 논란이 불거져 2007년 현역으로 재입대해 4년7개월간 군 생활을 하는 기록을 세웠다. 가수 MC몽(본명 신동현·36)은 병역기피를 위해 고의로 치아를 뽑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기소됐다. 2012년 병역기피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지만 여전히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군대 예능 프로그램 ‘진짜사나이’의 주 시청층이 남성이 아니라 아들이나 애인을 군대에 보낸 여성들일 정도로 병역 문제는 광범위하고 대중적인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대중이 갖고 있는 일종의 박탈감이 유승준 등 유명인들의 병역기피 문제를 통해 터져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윤정민·박병현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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