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대중 골리앗 농성 1호 이원건씨의 충고 … “지역·기업이 살길은 무분규·노사화합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원건

1989년 1월 20일 울산 현대중공업 작업장. 당시 노동조합 파업투쟁위원장이었던 이원건(당시 37세)씨가 동료 150여 명과 함께 대형 선박 부분품(모듈)을 들어 올리는 높이 81m 골리앗 크레인에 올랐다. 사상 첫 고공 시위였다.

 골리앗 크레인 시위를 포함해 88년 12월 5일부터 89년 4월 10일까지 128일간 그가 이끈 파업은 현대중공업에서 일어난 가장 긴 분규로 기록됐다.

 26년4개월이 흐른 19일 오전 울산시 프레스센터. 2010년 정년퇴직해 이젠 63세가 된 이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곤 말했다. “울산과 기업을 살리는 것은 오직 무분규와 무파업, 노사화합뿐입니다.”

 이 자리는 울산노사발전연구원이 주최한 기자회견이었다. 울산노사발전연구원은 울산 지역 중소기업 대표와 옛 노조위원장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연구원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같은 울산 주요 기업들이 임·단협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회견을 마련했다.

 이씨는 기자회견 후 본지 기자와 만나 “예전엔 무조건 머리에 띠만 두르고 나가면 다 되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노동의 정당한 대가는 합리적 틀 속에서 기업과 이윤을 나누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89년 파업으로 2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노동경제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터득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또 “파업이 근로자들의 최대 무기이기는 하지만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다.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 회사가 살고 노동자가 행복할 수 있는 건전한 노사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이날 회견에서 한국석유공사 초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기봉(63) 울산노사발전연구원장은 “기업에 파업 조짐이 보이면 민주노총과 진보단체는 달려가 파업을 선동한다”며 “울산의 미래를 위해 선동과 파업을 일삼는 행동을 이제 끝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내 가정과 내 자식을 귀하게 여기듯 나와 가정을 보호해 주는 직장을 소중하게 가슴속에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