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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국방수권법서 북한 테러지원국 범주 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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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하원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범주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17일(현지시간) 확인됐다. 국방수권법은 미 국방부의 국방 예산과 지출 내역 및 국방 정책의 운용 방향 등을 담은 법안이다. 미 하원이 지난 14일 처리한 2016회계년도 국방수권법은 ‘범정부 인질 구출 조정관직’ 조항을 신설했다. 조정관직은 테러지원국이나 적대 그룹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의 석방을 위해 정부 기관들의 움직임을 조율하며 지시하고 인질의 가족들에게 상황을 알려 이들을 돌보는 역할도 맡는다.

 하원은 이 조항에서 인질이 억류된 테러지원국을 정의하며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과 함께 북한을 포함시켰다. 해당 조항은 첫째, 테러지원국은 미 국무장관이 수출관리법 등 관련법에 따라 지속적으로 국제적 테러 행위를 지원하는 국가로 판정한 나라로 명시했다. 둘째, “테러지원국은 북한이 포함된다”고 적시했다. 외교 소식통은 “테러지원국 지정과 해제는 행정부의 소관인 만큼 이 법안으로 인해 북한이 테러지원국에 재지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케네스 배 등 미국인 억류자들이 북한에 장기 구금돼 있었던 전례를 감안해 북한이 함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현재 미 정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에선 빠져 있다. 미국은 1987년 대한항공 폭파 사건이 발생한 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포함시켰다가 북한이 2008년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자 북·미 합의에 따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뺐다. 지난해 말 소니픽처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가 북한으로 드러난 뒤에도 미 국무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할지 여부는 관련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엄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미 의회에선 공화당을 중심으로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국방수권법이 향후 재지정 요구에 힘을 보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월 일리애나 로스-레티넨 공화당 하원의원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의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도 국무부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다시 포함시키라고 요구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16일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릴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시사했다. 앞으로 상원에서 테러지원국 관련 조항이 그대로 유지된 채 국방수권법이 통과될 경우 행정부 입장에 관계없이 북한은 사실상 미 의회가 규정한 테러지원국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국방수권법의 조정관직 조항은 던컨 헌터 공화당 하원의원의 발의로 추가됐다. 헌터 의원은 그간 미국인 인질을 책임져야 할 오바마 정부의 대처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범정부적 시스템 마련을 요구해 왔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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