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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강소기업 ③ 김태봉 KTB솔루션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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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KTB솔루션의 김태봉 사장은 서명 한 번으로 본인 인증과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한 ‘스마트 사인’을 개발했다. “핀테크 시장에선 보안과 편리함 모두를 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김 사장은 말했다. [신인섭 기자]

1990년대 PC통신이 태동하던 때, 하지만 방화벽이나 해킹 같은 개념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독도는 자기땅’이라고 우기는 일본 우익단체 사이트를 한 대학생이 뚫었다. 파일을 파기하진 않고 대신 그 안에 낙서를 남겼다. “공소시효는 지났겠죠.” 김태봉(42) KTB솔루션 사장은 웃으며 옛날 자신이 한 일을 얘기했다. 금융보안 전문회사 KTB솔루션을 운영하는 김 사장은 국내 1세대 해커 출신이다. 90년대 그가 쓴 『 파워해킹테크닉』, 『해커X파일』 같은 책은 해커를 꿈꾸는 사람들 사이 인기를 끌었다. 암호 같은 컴퓨터 명령어로 가득한 전문서적이지만 인세로만 억대 돈을 벌었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실패를 거듭 맛봤다. “회사에 불이 나서, 사업을 몰라서, 사기를 당해서 세 번을 실패했다. 사업을 하면 하늘 때문에 한 번, 자신의 욕심 때문에 한 번, 남의 욕심 때문에 한 번 이렇게 세 번 망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딱 맞아 떨어졌다”고 김 사장은 쓴 웃음을 지었다.

 2008년 다시 일어섰다. 금융보안 전문회사 KTB솔루션을 설립했다. 김 사장은 화이트 해커(해킹 방어를 하는 전문가) 일을 접은 지 10년 가까이 돼 가지만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리면 솟아나는 ‘해커 본능’은 어쩌지 못한다고 했다. 그가 금융보안을 전문 분야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명도 자신의 이름 영문 첫 글자를 하나씩 따서 ‘KTB’라고 지었다. 금융정보 보호로 승부를 봐 직원 20명에 올해 매출 50억원을 기대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김 사장은 핀테크의 대두와 함께 금융보안 시장이 새 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한국의 금융보안 전문회사가 공인인증서 같은 각종 인증서 때문에 먹고 살았다. 인증서 보강 기술에 주력했던 KTB솔루션도 마찬가지다”라며 “‘천송이 코트’로 대변되는 핀테크 발달이 굳이 아니더라도 인증서 시장은 한 번에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KTB솔루션은 새 먹거리로 이상거래방지시스템(FDS) 특화 기술과 ‘스마트 사인’을 개발했다. 스마트 사인은 터치 스크린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에 자신만의 서명을 등록하면 이후 한 번에 금융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단순히 서명의 모양만 따서 인식하는 게 아니라 특정 획이 그려지는 속도, 방향과 힘까지 감안해 위조를 차단한다.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하는 금융 거래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도 핀테크 보안의 중요도를 더 높이는 변화라고 김 사장은 진단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많은 사람이 흔하게 쓰는 방식이 아니라면 자리 잡기 어렵다”며 “금융 거래에 자주 쓰이는 서명을 핀테크와 접목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등장과 함께 ‘금융보안’과 ‘편리’ 둘 다 놓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예전 보안을 강화하려면 사용이 불편해야 했다. 하지만 핀테크는 판도를 바꿔놨다. 보안도 강화하면서 편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시장에서 살아날 수 없다.” 김 사장은 “핀테크에서 보안과 간편은 따로 가지 않는다. 간편하면서도 높은 보안 수준을 지닌 결제 방식을 꾸준히 개발해 나가겠다”고 했다.

글=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IBK기업은행·중앙일보 공동기획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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