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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차의 날’ 잔치 … 잔디밭에 찻자리 1000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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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 차(茶)의 역사는 멀게는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를 근거로, 가락국 김수로왕에게 시집 온 인도 공주 허황옥이 차씨를 가져왔다고 추정할 때 그렇다(서기 48년). 이웃 중국·일본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역사이지만 현재의 위상은 그렇지 못하다. 감각적인 커피 문화에 밀려 아무래도 소수의 음료 신세다.

 한국차인연합회 박권흠(83·사진) 회장은 그런 현실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 중 하나다. 1992년부터 연합회를 이끌어 온 박 회장은 35회째를 맞는 올해 ‘차의 날(5월 25일) 행사를 야심 차게 준비했다. 20∼21일 이틀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국회와 함께하는 팔도차문화 큰잔치’를 연다. 여럿이 둘러앉아 간단한 음식과 함께 차를 마시는 두리차 찻자리를 1000개 준비한다. 국회의원과 차에 관심 있는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전국 곳곳에서 올라온 우리 차를 음미하게 하려는 취지다. 올해의 명차와 명다기(名茶器) 품평대회, 다례복 패션쇼, 명인명창 공연도 열린다. 박 회장은 “차는 무엇보다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를 맑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체험했다고 했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의사로부터 “40대의 피”라는 소견을 듣는단다. 고혈압이나 심장병 발병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격식을 갖춰 차를 마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예절을 접하게 돼 청소년 교육 효과도 크다”고 했다. 단순한 건강음료가 아니라는 거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차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박민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차 산업 발전 및 차 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나 지자체가 차산업종사자의 경영안정 등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박 회장은 “일본과 달리 한국의 차농사는 기계화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차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덜 마시게 된다”며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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