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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채팅이 쇼핑 … 1:1 메신저로 물건 사고파는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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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반찬가게 ‘데일리델리’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매일 아침 카카오톡 친구인 손님들에게 그날 판매할 반찬메뉴를 적어 일대일(1:1) 카톡을 보낸다. 다음카카오의 온오프라인 연결(O2O) 비즈니스 플랫폼인 옐로아디이를 통해서다. 카톡으로 메뉴를 본 단골들은 채팅으로 바로 주문예약을 하거나, 원하는 입맛대로 맞춤형 반찬을 주문하기도 한다.

 김씨는 “퇴근 후에 오는 직장인 손님들이 빈손으로 돌아갈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채팅 주문에 따라 반찬양을 조절하니 그럴 일이 거의 없다”며 “작년 9월보다 옐로아이디 친구가 4배 가까이 늘어 매출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있는 옷가게 ‘리틀마켓’은 지난 3월 월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네이버의 모바일쇼핑몰 샵윈도에 입점한지 지 3개월 만이다. 리틀마켓이 샵윈도에 올린 의류 사진들을 보고 단골로 등록한 고객 1만2000명이 ‘1:1쇼핑톡’ 기능으로 주문한 ‘채팅 매출’이다. 샵윈도 채팅 응대를 맡고 있는 이 가게의 황민경(34) 매니저는 “샵윈도 입점 전보다 거래량이 4~5배 늘었다”며 “손님의 채팅 질문에 빠르게 피드백하고, ‘가격 네고’(협상)도 오프라인 매정처럼 진행하니 거래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10평 남짓한 크기의 리틀마켓이 샵윈도에서 올린 월매출 실적이 알려지자 대구·부산·광주 등 지방의 소형 옷가게들의 샵윈도 입점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이통사 문자메시지를 밀어낸 모바일메신저가 온·오프라인을 잇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메신저 위에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가게주인과 실시간으로 물건 값을 흥정하고, 식당이나 숙소예약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다.

 이런 메신저 비즈니스는 온라인 유통채널이 막강한 대기업보다 소호(SOHO)몰에서 더 진가를 발휘한다. 따로 홈페이지를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은 동네 슈퍼나 식당, 카페, 옷가게, 세탁소도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소비자와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수입도 올리는 것이다. 다음카카오가 지난해 8월 시작한 옐로아이디는 현재까지 10만개의 계정이 만들어졌다. 계정 개설비가 들지 않는 무료인 덕에 중소사업자들이 몰려들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2011년부터 유료로 운영하던 비즈니스 플랫폼(카카오플러스친구)도 올 상반기 내에 옐로아이디로 통합하고, 결제기능을 추가해 메신저 비즈니스 판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달 28일부터 채팅창에서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옐로아이디 스토어’를 시범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옐로아이디가 메신저 위에 소호 비즈니스를 올렸다면, 네이버 샵윈도는 거꾸로 모바일쇼핑몰에 메신저 기능을 끌어들여 효과를 본 경우다. 지난해 12월초 오픈한 샵윈도는 12월중순 채팅 기능이 추가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패션잡화(스타일윈도), 홈·데코(리빙윈도), 농수산품(프레시윈도) 등 세 영역에 소호몰 400여개, 백화점 매장 540여개가 업체가 입점한 샵윈도에선 채팅 창을 통해 주문 상담부터 가격협상, 결제까지 일사천리로 끝난다. 네이버에 따르면 샵윈도 거래액 중 1:1 쇼핑톡을 통한 결제 비중이 전체의 12%, 패션 소호몰은 이 비율이 15%에 이른다.

 이같은 효과가 알려지면서 지난 12일에는 명품 프리미엄 브랜드가 입점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주요 브랜드도 샵윈도에 모바일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이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는 여세를 몰아 최근 국내에서 메신저 라인(LINE)을 활용한 비즈니스 플랫폼 ‘LINE@(라인엣)’도 출시했다. 일본에선 이미 2012년부터 운영하던 서비스로 최근 한국과 대만으로 확대했다. 친구 맺은 소비자와 1:1 대화를 통해 구매 패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관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다음카카오 옐로아이디와 비슷하다.

 해외 IT거물들도 메신저의 비즈니스 플랫폼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14억명이 쓰는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은 지난 3월 개발자대회에서 페이스북 메신저(월사용자 6억명)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콘텐트 구독형 서비스로 진화한 페이스북에서 따로 떼어낸 ‘페이스북 메신저’의 부가기능으로 ‘비즈니스 온 메신저’가 대표적이다. 인터넷 쇼핑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이 메신저를 통해 구매자에게 주문 확인부터 배송 추적, 반품 신청까지 모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미 유아용품 쇼핑몰과 의류소매업체 등이 여기에 합류했다. 구글 역시 모든 기기와 OS에서 쓸 수 있는 메신저 행아웃의 영상통화 기능을 통해 구글 기기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제품 관련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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