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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규제가 핀테크 망쳤다”는 다음카카오 대표의 쓴소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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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정부의 ‘핀테크 규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지난 15일 핀테크 학술대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앞에 두고서다. 정부가 말로는 핀테크 활성화를 외치지만 정작 핀테크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정부 규제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준비된 원고를 읽지 않고 작심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그는 다음카카오의 소액 송금 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를 예로 들었다. 이 서비스를 처음 기획한 건 2012년 3월이었지만 금융당국의 보안성 심의를 통과하는 데만 꼬박 1년 반이 걸렸다고 했다. 그 바람에 사업 승인 요청 후 2년 반이 지나서야 겨우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나마 하루 송금액 10만원이 고작이었다. 중국의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 잔액이 100조원인데 경쟁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내놓은 시점은 다른 경쟁국보다 빨랐지만 꽉 막힌 정부 규제 때문에 미국·영국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지게 된 셈이다. 그는 “큰 기업인 다음카카오도 규제 때문에 이렇게 힘든데 작은 스타트업은 더 말할 필요도 없지 않으냐”며 “한국 금융의 마인드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런 규제 때문에 국내 핀테크 기업의 ‘한국 엑소더스’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한국NFC·페이게이트를 비롯한 한국 핀테크 업체 5곳이 룩셈부르크 정부의 초청을 받았다. 영국·중국·호주·아일랜드·홍콩 등의 러브콜이 잇따른 지는 이미 오래다. 싱가포르와 미국 조지아주 정부는 아예 한국에 핀테크 기업 유치 전담사무소까지 차렸을 정도다. 좋은 기술 갖고 한국에서 고생하지 말고 자기 나라로 오라는 것이다.

 마침 금융연구원은 어제 보고서를 내고 “17년 전 한국에서 싹튼 핀테크가 금융규제 탓에 싹이 잘렸다”고 진단했다. 해법으로 ‘원칙 허용, 사후 규제’를 제시했다. 규제당국이 ‘코페르니쿠스식 발상의 대전환’을 하지 않으면 핀테크 후진국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경고다. 그것도 빠르고 과감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