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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취중토크①] "난 자랑스런 딴따라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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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진영(43)이 데뷔 초에 겪은 일화 하나.

박진영은 1994년 '날 떠나지마'를 발표하고 인기 정상에 올랐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팔을 앞뒤 흔들며 "날 떠나지 마"라고 애원하는 그는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젊고 미국 문화에 심취했던 박진영은 거침없었다. 말투에 자신감이 넘쳤고, 비닐바지를 입고 방송에 나서는 '도전(?)'도 서슴지 않았다. 그 때였다. 모 방송국 국장이 그를 불러 세웠다. "진영아, 넌 그냥 딴따라가 아니잖아." 의상이 과감한 박진영을 지적하는 말이었고, 연세대 씩이나 졸업한 박진영이라, ‘정숙하고, 자중하라’는 말로 들렸다. 그에겐 충격이었다. "사람들이 가수라는 직업을 이렇게 보는구나"라고 생각하니 언짢았다.

그래서 박진영은 그 국장에게 멋지게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얼마 뒤 발표한 2집 제목을 '딴따라'라고 붙였고, 인트로에 "난 딴따라다. 난 딴따라인게 자랑스럽다"는 내레이션을 삽입했다. 그리고 결심한다. "내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동안 '딴따라'라는 말의 뉘앙스를 바꾸겠다"고.

그렇게 20년이 지났고, 박진영은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 가수다. 최근 발표한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로 다시 한 번 정상에 섰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게 하나 있다.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여전히 '딴따라'다. 하지만 뉘앙스는 분명히 20년 전과는 다르다. 아무도 가수 박진영을 비하하거나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딴따라'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21년간 한 결 같이 무대 위에서 열정을 태운 박진영에 대한 존경에 의미를 담은거다.

취중토크를 위해,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박진영을 만났다. 일정이 많아 어버이날을 뒤늦게 챙겼다며, 서둘러 주문부터 한다. 메뉴판을 보면서도 천장 한켠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흔든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단언컨대, 박진영은 이 시대 가장 완벽한 딴따라다.

▶'어머님이 누구니' 시스템 돌려보니 최고 점수 96점

-취중토크 공식질문입니다.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은 딱 소주 한 병 정도가 좋아요. 원래는 7병 정도를 마셨는데 양을 조금씩 줄여보니까 몸이 좋아지면서, 이젠 미량에도 몸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같아요. 고민이 있거나 속상할 때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아요. 혼자서 마시는 경우도 없고요. 술은 제겐 놀이에요. 노는 수단이지, 술 자체가 뭐는 아니에요. 열번 중에 여덟번은 (배)용준이와 마셔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보는 거 같아요. 사업 얘기를 20% 정도하고, 나머지 40%는 여자 얘기죠. 이제 전 할 얘기가 없지만 용준이는 다르잖아요. '어떤 여자를 만나면 좋을까, 어떤 여자를 만나야 할까' 같은 얘기를 하죠. 나머지 40%는 '우리는 왜 살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뭐 이런 얘기예요. "

-화제의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 얘길 해볼게요. 2013년에 '하프타임'을 발표하면서 '놀만큼 놀아봤어'라고 했고 '사랑이 제일 낫더라'라고도 했어요. 다시 이렇게 가벼운 '작업송'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어요.

"10년 마다 한번씩 머리를 정리해야 다시 놀 수가 있어요. 20대를 정리하면서는 '미안해'라는 수필집을 발표했고, 서른을 정리하면서는 '하프타임'을 발표한 거예요. 10년에 한 뻔 꼴로, 삶의 목표와 왜 사는 지를 정리해야 다시 신나게 놀수 있어요."

-사실 2013년 발표한 앨범 성적이 부진했다고 생각했어요. 더 이상 박진영이 핫 한 작곡가가 이나라는 말도 있었고요.

"동의해요. 마지막 히트곡 이후로는 하향세라고 생각해요. 이번 곡이 히트했으니 오늘부터 또 하향세인거죠. 그게 맞는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1위곡을 썼을 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하늘에 감사했어요. 그리고 '날 떠나지마'가 94년에 1위를 하고 21년 동안 1위곡이 없었던 단 한해가 2014년이었어요. 그러니 부진하단 말을 들을만 하죠."

-마지막 작업까지 다 마쳤을 때, 1위를 직감했나요.

"비하인드 스토린데요. 이번에 제 앨범이 나오는 걸 전부 반대했어요. 올해는 확실한 것만 내고 제 앨범은 내년에나 내자고 하더군요. 지난번 제 앨범이 최초로 적자를 찍었어요. 그래서 알았다고는 했지만, 미련은 남는거죠. 그럼 스스로 검증을 받자고 했어요. JYP엔 곡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거기 넣어보겠다고 한거죠. 80점이 넘어야, 론칭이 가능한데 무려 94점이 나온 거예요. 점수에 따라 예산 배정도 다른데, 최고점이 나오니 스태프들이 흥분하더라고요. 그러고나면 스태프 22명이 모여서 차트 예상순위를 쓰는데 전 2등을 적었어요. 근데 2주 동안 1등을 한거죠."

-곡을 평가하는 건 굉장히 주관적인건데, 그걸 시스템화해서 점수를 낸다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여러 주관이 합쳐지면 객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안하고 제 의견에만 집중해서 신곡을 내면, 시가총액 1조원은 그냥 꿈인거죠. 지금 시장에서 제일 잘되는 회사가 SM과 YG인데, 두 회사 모두 1조를 넘지 못해요. 그래서 JYP가 목표로 잡은게 1조예요. 대량 생산에 크리에이티브가 가능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언젠가는 박진영도 좋은 곡을 쓰지 못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는군요.

"제 우상들에게 다 그런 날이 왔으니까요. 팝 아티스트 베이비 페이스도 어느 순간 1위곡을 내지 못했고, 프린스도 마찬가지였어요."

-경영은 싫고, 무대 위에 설 때가 제일 좋다고 했는데 이런 얘기를 할 때도 기분이 참 좋아보여요.

"사업적인 건 꿈 꿀 때만 재미있어요. 제가 참여하는 회의는 A&R 회의뿐이에요. 크리에이티브한 모임인데, 전 그 멤버의 15분의 1에 불과하죠. 저 말고 14명을 어떻게 뽑을지에 오랜 시간을 썼어요. 그리고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회사 사장과 2시간 정도 얘기를 하는게 경영의 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무대에 선다는 건, 육체적인 쾌락의 끝이에요. 사업은 제정신에 하는 거고, 무대는 환각상태라고 보면 되죠."

-그렇게 무대를 사랑하는데, 이번엔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어요.

"지난 앨범 활동에서 제 노래를 불편해하던 중학생들의 눈을 잊을 수가 없어요. 가수는 관객에게서 에너지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 오빠 왜 안나오지'라는 상황에서 어떻게 노래를 하겠어요. 근데 'K팝스타'와 '스케치북'을 하고나면 할 방송이 하나도 없을 줄은 몰랐어요. 이번에 '백상예술대상' 무대에 서는 것도 그런 이유죠."

엄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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