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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홍준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인성교육 점수 매기면 사교육에 휘말릴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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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강홍준
강홍준 기자 중앙일보 데스크
강홍준
사회1부장

내 인성이 몇 점짜리냐고? 최근 한 신문은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인성교육을 놓고 이렇게 비틀었다. 학교에서 인성을 가르치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며, 인성으로 점수를 매기는 곳도 한국이라고. 오는 7월 21일 시행되는 인성교육진흥법은 학교의 풍경을 상당히 바꿀 전망이긴 하다. 지식 위주의 우리 교육이 인성교육이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와 있 다.

 인성교육과 관련해 몇 가지 전제를 생각해 보자. 사람의 성품, 인성은 교육될 수 있다. 우선 가정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가능하다. 부모는 자녀에게 어떻게 사는 게 바람직한지 가르쳐야 하고, 학교 역시 공동체 속에서 남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야 할지 교육해야 한다. 그렇다면 학원 같은 사교육업체에서도 될까. 각 대학 또는 고교가 학생의 인성을 평가해 신입생을 뽑는다고 발표한다면 학원도 여기에 맞춰 속성으로 인성을 갖춘 학생들을 길러낼 수 있다. 한국의 사교육업체는 그럴 만한 인력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학원들은 인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고, 인성교육 급수제 도입 등의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인성은 교육될 수 있다. 다만 그 방식이 교육부가 제시한 단일한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모델을 만들어 학교에 보급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인성교육이야말로 교사가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놔둬야 한다.

 또 다른 전제는 인성은 교육될 수 있지만 측정될 순 없다는 것이다. 누구의 인성이 다른 누구의 인성보다 얼마나 높은지 가려 줄 세울 순 없다. 법이 시행되면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는 해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인성교육을 할지 계획을 세워 시행해야 한다. 이때 학교의 인성교육이 측정의 영역으로 나갈 때, 학교가 학생의 인성을 점수 매기는 순간 교육의 주도권은 학교 밖으로 넘어간다. 학원 등 사교육업체는 성적 향상에 알맞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이골이 나 있다. 당장 입시용 인성교육 상품을 만들어 학부모에게 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인성교육은 학교 주도가 아닌 사교육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현재 사범대 등을 중심으로 일부 대학이 인성면접을 시행하고 있다. 면접 단계에서 학생의 성품을 보는 수준이다.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대입 반영은 이 정도에 그치는 게 적합하다. 만일 대학이 인성평가를 새로 도입하려 할 경우 학생의 어떤 측면을 보겠다는 것인지 기준을 상세하게 안내해줄 필요가 있다. 인성마저 학원 가서 배운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강홍준 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