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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를 캔버스로 … 소통공간 창조하는 예술의 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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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호 08면

2011년 ‘Before I di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올리언스 빈집 외벽에 설치한 칠판. 시민들이 분필로 쓴 소망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사진 candychang.com]

아스팔트, 건물 외벽 등을 캔버스로 활용하는 예술가는 많다. 그런데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색을 드러내는 예술이 아닌 소통공감의 키워드로 주목받았던 예술가가 있다. 공공예술가 캔디 창(Candy Chang)은 대화형 공공예술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했다. 시민들이 자신과 주변을 성찰하게 함으로써 작품에는 늘 시민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런 대화형 공공예술 작품은 작가가 매체를 제안하고 관객이 콘텐트를 채워가는 방식으로 요약된다.

 캔디 창은 미국 뉴올리언스를 무대로 활동하며 그곳에서 겪게 되는 공공문제를 작품 의제로 다뤘다. 2010년에는 작은 스티커를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매체로 활용했다. 시민들이 스스로의 생각을 표출하고 공감할 수 있는 스티커를 도시 곳곳에 부착하도록 한 공공예술 프로젝트였다. 스티커에는 ‘I wish this was_(나는 이곳이 어떻게 되었으면 한다)’라는 소망을 적도록 했다. 쓰레기가 버려진 공터에는 ‘나는 이곳이 우리 아이가 뛰놀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붙었다.

 이후 시민의 메시지를 한곳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제안된 매체가 거리의 칠판이었다. 2011년 뉴올리언스에 설치했던 ‘내가 죽기 전에(Before I die)’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공공장소에서 개인의 소망을 공유하도록 했다. ‘Before I die_’(사진)라는 문구를 칠판에 적은 후 자유롭게 뒤에 문장을 완성토록 했다. 시민들이 적어놓은 몇 자의 소망들은 가장 강력한 지역사회 복원 캠페인 메시지가 되었다. 이 활동은 전 세계 70개국 500곳에서 재현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 대화형 칠판에 쓰인 도구는 칠판 페인트, 스프레이, 분필, 빈집, 소유주의 허가, 지자체의 도움과 관심,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가 전부였다.

 캔디 창의 공공예술은 도시 곳곳에 시민의 생각을 더하고 공공장소를 소통공간으로 만들자는 LOUD의 제안과도 같다. LOUD는 ‘10m 재미로’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 속에서 의외성을 갖는 소통, 감정과 생각을 대변해 주는 소통, 작은 행복감을 느끼는 소통을 시도했다. 공공장소에서 주민의 의견을 듣고 기록해 친근한 화자를 통해 대변하는 방식을 채택한 이유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중앙SUNDAY 콜라보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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