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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원의 골프 장비록] <9> 회전 저항력의 마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관성 모멘트를 크게 해 비거리를 늘리고 방향성을 좋게 만들었다.’

새로운 골프 클럽이 출시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다. ‘관성(慣性) 모멘트’가 도대체 뭐 길래 비거리를 늘려주고 방향성도 좋아진다는 걸까.

관성 모멘트의 개념에 대해서 정통한 사람은 드물다. 전문가들에게 물어봐도 딱 부러지게 설명해주는 이가 많지 않다. 고백하건대 골프 담당을 꽤 오래 한 기자도 관성 모멘트에 대한 두리뭉술한 개념만 알고 있었지 이게 샷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개념이다. 이참에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관성 모멘트가 뭔지 설명을 들었다.

관성 모멘트를 이해하려면 일단 ‘관성’부터 알아야 한다. 관성이란 본래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여기 1㎏의 추와 10㎏의 추가 있다고 하자. 1㎏의 추에 비해 10㎏의 추를 밀기가 훨씬 힘들다. 이 두 개의 추가 움직이고 있다면 10㎏의 추를 멈추기가 1㎏의 추를 세우기보다 어렵다. 이때 우리는 무거운 추가 가벼운 추에 비해 ‘관성이 크다’고 말한다.

관성이 직선 운동에서 논하는 개념이라면 관성 모멘트란 회전 운동과 관련이 있다. 여기 1㎏의 추가 매달린 막대가 있다. 또 길이가 같은 다른 막대에는 10㎏의 추가 매달려 있다. 이때 막대를 돌린다고 가정해보자. 1㎏의 추를 매단 막대가 10㎏의 추를 매단 막대보다 돌리기 쉽다. 멈출 때도 마찬가지다. 막대를 돌리다가 세울 때는 1㎏의 추를 단 막대를 멈추기가 훨씬 쉽다. 10㎏의 추를 단 막대를 돌리다가 세우려면 힘이 더 든다.
관성 모멘트가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관성 모멘트란 회전하려는 것에 대한 저항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클럽 헤드의 관성 모멘트를 크게 해주면 비거리가 늘어나고 방향성이 좋아진다는 건 무슨 말인가. 주말 골퍼들은 특히 클럽 헤드의 중앙에 공을 맞히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드라이버 헤드의 가장자리 부분에 무게를 골고루 배치해 관성 모멘트를 크게 해주면 약간 빗맞더라도 헤드의 밀리는 힘(저항력)이 커 공이 비교적 똑바로 날아간다. 공이 클럽 헤드의 가장자리에 맞았을 때 관성 모멘트가 작다면 헤드가 쉽게 틀어지는(열리거나 닫히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당연히 방향성과 거리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클럽 헤드의 관성 모멘트를 크게 해주는 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헤드의 관성 모멘트가 너무 커지면 클럽을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관성 모멘트를 나타내는 단위는 ㎏·m2다. 관성 모멘트는 질량(㎏)과 거리(m2)와 관련이 있어서다. 막대에 추가 매달려 있다고 가정할 때 막대가 길수록 이를 돌리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에너지 소모도 크다. 또는 추가 무거울수록 막대를 돌리기가 힘들어진다.

관성 모멘트를 크게 하려고 드라이버 헤드의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납작하게 생긴 섈로우(shallow) 페이스 드라이버가 등장하는가 하면 한때 사각 드라이버가 유행하기도 했다.

클럽뿐만 아니라 골프공 역시 관성 모멘트의 영향을 받는다. 같은 무게라도 공의 어느 곳에 무게를 배치하느냐에 따라 관성 모멘트가 달라진다. 비거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볼의 가장자리에 무게를 배치하면 관성 모멘트가 커지지만, 반면에 중심(코어) 쪽을 무겁게 해주면 작아진다. 관성 모멘트가 큰 공은 백스핀이 적어지고 땅에서 구르는 거리도 커진다.

<도움말 주신 분>
김선웅 고려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핑골프 우원희 부장·강상범 팀장, 던롭코리아 김세훈 팀장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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