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을 면세점으로 … 역발상 신세계

중앙일보

입력 2015.05.15 00:51

업데이트 2015.05.1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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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신세계그룹이 14일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서울 중구 본점 명품관(본관)을 최종 결정했다. 인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건물은 관광객 편의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 신세계]

신세계가 그룹의 상징인 서울 본점 명품관(본관) 전체를 면세점 후보지로 내놨다. 말 그대로 ‘승부수’다. 신세계와 이마트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일부를 팔아 7000억원의 실탄도 마련한다.

 단 두 장뿐인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유통 대기업들의 경쟁 열기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관세청은 6월 1일까지 시내 면세점 신청을 받고 7월 중에 대기업 몫으로 2곳,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1곳의 사업자를 선정한다.

 신세계는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본점 명품관을 신규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1만8180㎡(5500평) 규모의 건물 전체를 면세점으로 꾸미는 파격 플랜이다. 신세계는 “20년 숙원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그룹의 모태인 본점 본관을 통째로 내놓게 됐다”며 “1930년대 건축 양식을 간직한 본점은 그 자체가 차별화된 관광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 그룹은 본점과 건물 양식이 비슷한 인근 SC은행 빌딩까지 850억원에 사들였다. 이곳에 고객 서비스 시설과 상업사박물관, 한류문화전시관을 만들어 면세점을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각 300만 주씩 모두 600만 주의 삼성생명 지분을 블록딜(시간 외 주식 대량 매매)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한 것도 시내 면세점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매각대금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6990억원이다.

 신세계는 강남점과 본점을 놓고 고심하다 본점을 선택했다. 서울 명동권 면세 수요를 독식하고 있는 롯데백화점과의 진검승부를 택한 셈이다. 신세계는 “명동 상권에 면세점을 내야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하고 우리 관광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신세계 본점과 지척인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지난해 1조9000억원 의 매출을 올렸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DF) 사장은 “본점에 면세점이 들어서면 명동 상권과 연계해 남대문시장 상권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신세계의 입지 발표로 ‘면세점 대전’의 윤곽도 드러났다. 7개 대기업 중 서울 ‘강북파’가 4곳, ‘강남파’는 현대백화점 1곳이다. 아직 입지를 밝히지 않은 롯데는 가로수길과 이태원, 신촌 등을 저울질 중이고 이랜드는 강남 뉴코아울렛이나 송파·강서 NC백화점을 검토 중이다. 중견기업 중에는 유진기업과 하나투어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올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매출 부진에 허덕이는 유통업계의 돌파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면세점 진출 출사표를 던진 A그룹의 임원은 “오너가 직접 진두지휘를 하는 마당에 입찰에서 떨어지면 그냥 옷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면세점 1위인 롯데를 두고 “마감일인 6월 1일이 돼서야 부지를 발표할 것”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업체 간 치열한 긴장감을 반영한다.

 그룹들은 저마다 총력전이다. 한화갤러리아는 그룹의 핵심 자산이자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의 강점을 극대화한 ‘관광 마케팅’을 복안으로 내놨다.

 현대백화점은 “상생과 동반 성장에 초점을 맞추라”는 정지선 회장의 지시에 따라 모두투어 등 중소·중견기업들과 ‘중기연합군’(현대DF)을 결성했다. 관세청의 평가 기준인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150점)과 ‘상생 협력 노력’(150점)을 노린 전략이다. 호텔신라와 현대개발산업이 합작한 HDC신라면세점은 관광버스 350대 규모의 주차장과 대규모 단체식당 등 ‘대형화’로 승부한다.

 SK네트웍스는 동대문시장과 주변 호텔(5000여 객실), 주변 쇼핑몰을 연계한 ‘쇼핑 명소화’ 전략이 무기다. 굳이 현대백화점 아웃렛 건물로 예정된 동대문의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 4개 층을 쓰겠다고 한 것도 입지의 장점에 어필해 사업권을 따내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이소아·이현택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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