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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한국 원전, 미국 상륙 길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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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마빈 S. 퍼텔
미국 원자력협회 회장

미국은 에너지 분야의 큰 변화를 준비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의 에너지 생산과 수송 형태를 결정하게 될 변화다. 향후 15년에서 20년 동안, 미국의 전력 분야는 발전설비의 교체를 포함한 전력망 현대화에 2조 달러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1970년대 중동 지역의 석유파동은 미국의 전력 정책을 석유에서 원자력으로 바꾸는 역할을 수행했다. 현재 미국의 원자력은 전체 전기 생산량의 5분의 1을 담당하며, 온실가스를 비롯한 기타 공기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가장 큰 에너지원이다. 원자력 발전시설은 대규모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60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정격 출력으로 운전되도록 설계돼 있다.

 풍력과 태양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특성상 바람이 불거나 맑은 날 간헐적으로 운전할 수 있고, 천연가스 발전소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게 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한 번 폐쇄할 경우 영원히 재가동할 수 없다.

지난 2년간 위스콘신과 버몬트에서 이런 일이 두 번 발생했는데, 성능이 우수하고 효율이 좋은 원전이 경제성을 이유로 가동이 중지되어 원자력이 주는 신뢰성, 저탄소 발전, 전력계통 안정화라는 소중한 가치를 잃게 됐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에너지와 환경정책에 두 가지 중요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All of the above(위의 모든 것)’라는 에너지 정책과 발전 분야에서 탄소 배출을 저감하겠다는 공약이다. 두 가지 계획은 원자력에너지의 보존이나 확대 없이는 절대로 성공할 수가 없다. 이는 이미 건설 중인 웨스팅하우스의 ‘AP 1000’ 원전이나 한국수력원자력㈜의 ‘APR 1400’ 원전, GE-히타치의 ‘ESBWR’ 원전 같이 최신설계가 적용된 신규 원전이 앞으로 건설될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NRC(원자력규제위원회)가 한국수력원자력의 APR1400 원전에 대한 설계인증 사전심사를 거쳐 본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인증을 통해 미국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설계임을 허가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APR1400(신형경수로) 원전은 한국과 UAE에 건설 중이다.

설계인증은 미국 인허가 프로세스의 하나로, 원전 설계에 대한 안전성을 입증해 주며 15년 동안 유효하다. 미국 전력사업자가 원전을 건설할 때에 고려하는 필수사항이다. 사실 한국형 신형경수로 원전이 NRC의 설계인증 사전심사를 통과한 것만 해도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향후 본심사 승인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형 원전이 미국 설계인증을 취득하면 미국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미국 원전시장은 향후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운영허가 만료 원전이 집중돼있어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게 틀림없다. 막바지 고된 업무가 남아있긴 하지만, 더욱 진력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마빈 S. 퍼텔 미국 원자력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