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초록 힐링, 그 숲에 가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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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전 장태산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시야를 덮은 신록이 만개한 봄꽃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5월에는 숲에 가야 한다. 이제 막 새순을 틔운 잎을 보러 가야 한다. 5월이 지나면 이파리는 이내 짙은 녹음으로 바뀌고 말 터이다. 신록의 계절이 가기 전에 숲에 가야 한다.

이제 우리 숲은 제법 잘 가꾸어져 있다. 우거진 숲에 들어선 휴양림과 수목원에는 걷기 좋은 보행로가 있다. 경사가 거의 없고 길이 잘 닦여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곳도 있다. 산에 오를 때는 땅만 보고 걷지만, 숲을 거닐 때는 하늘을 우러른다. 숲을 거니는 것은 산에 오르는 것과 다르다.

현재 전국에는 산림청이 지정한 126개 자연휴양림과 48개 수목원이 있다. 수목원이 산림자원을 연구하고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면, 자연휴양림은 휴식을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자연휴양림은 운영 주체에 따라 국립·지자체·사립으로 나뉘고, 수목원도 국립·사립·공립 등으로 구분된다(학교에서 운영하는 수목원도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당연히 국립 자연휴양림이다. 산림청이 직접 관리하는 숲이어서 규모가 다르고 시설도 다르다. 국립 자연휴양림은 숙박시설(일명 통나무집)도 인기가 높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전국에 국립 자연휴양림은 모두 38곳이 있다.

그래서 시선을 돌려봤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숲을 찾아봤다. 자치단체에 속한 자연휴양림은 전국에 74곳이나 된다. 전체 자연휴양림의 절반이 넘는다. 자치단체 소속의 수목원도 22개다. 자치단체의 자연휴양림에는, 나라가 손수 관리하는 숲 못지 않은 자연환경과 시설을 갖춘 곳도 많았다. 이 중에서 네 곳만 골랐다. 꿩보다 닭인 셈이지만, 원래 닭고기가 꿩고기보다 더 맛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휴양림·수목원 4선

week&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연휴양림과 수목원 중에서 네 곳만 엄선했다. 기준이 있었다. 각자 독특한 시설이 있거나, 테마가 분명한 곳을 우선으로 했다. 아직은 전국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지역에서는 명소로 꼽히는 곳도 골랐다.

1만 그루 메타세쿼이아 숲 │ 장태산 자연휴양림


장태산 자연휴양림에 설치된 스카이타워 전망대.

원래는 개인이 조성한 숲이었다. 충남 논산 출신 고(故) 임창봉(1922~2002)씨가 1972년부터 고향 근처에 조성한 숲이 91년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됐다. 개인이 가꾼 숲이 산림청으로부터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된 최초 사례다. 2002년에 대전시가 인수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전체 면적 82㏊로 높이 374m의 장태산 자락에 위치한다. 대표 수종은 메타세쿼이아다. 72년 미국에서 나무를 수입해 숲을 가꿨으니 평균 수령이 50년을 웃돈다. 메타세쿼이아만 1만 그루가 넘는다. 숲에는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해 아름드리 밤나무·잣나무·오동나무가 많고 대전시가 인수한 뒤 이팝나무와 주목 등 조경수를 더했다. 장태산 자연휴양림의 자랑은 2009년 설치한 숲 체험 스카이타워다. 27m 높이까지 올라가는 556m 길이의 데크로드를 따라 공중에서 메타세쿼이아를 관찰한다. 이파리를 만져볼 수도 있다.

●이용정보=장태산 자연휴양림(jangtaesan.or.kr)은 대전시 공원관리사업소에서 운영·관리한다. 매일 무료 숲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숙박시설은 모두 18실이 있다. 매월 1일 자정에 다음달 예약을 시작한다. 4인 기준 1박 4만원부터. 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는 없다. 042-270-7883.

맑은 계곡이 흐르는 숲 │ 강씨봉 자연휴양림


강씨봉 자연휴양림에는 잣나무 숲이 울창하다.

경기도 가평군 북면에 있는 강씨봉자연휴양림은 2011년 10월 개장했다. 강씨봉(830m)은 명지산(1267m)과 민둥산(1023m) 줄기에 붙어있는 봉우리로, 깊은 골짜기 안에 휴양림이 들어서 있다. 2003년 휴양림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지역 주민만 아는 피서지였다. 강씨봉에서 발원한 논남기계곡이 휴양림 주변을 감싸 흐른다.

첩첩산중 오지를 휴양림으로 바꾸면서 진입로 공사를 하고, 밭이 있던 자리에 숙박시설과 관리소를 지었다. 개장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아 숙박시설이 깔끔하다. 서울에서 2시간 반 거리에 있어 교통도 좋은 편이다. 계곡은 여름에는 물놀이장, 겨울에는 썰매장으로 변신한다. 대표 수종은 잣나무다. 50년 된 굵직한 나무가 많다. 잣나무 숲을 지나는 산책로 4코스를 조성했다. 모두 6㎞ 길이로 걷기에 편하다. 계곡을 따라서 데크로드가 정비돼 있어 물 가까이로도 지나다닐 수 있다.

●이용정보=강씨봉 자연휴양림(gangssibong.gg.go.kr)은 경기도가 운영한다. 전체 면적은 980㏊로 숙박시설 16실을 갖추고 있다. 숙박 예약은 매달 3일 오전 9시 다음달 예약이 시작된다. 4인 기준 1박 6만원부터. 숲 해설 프로그램은 하루 2번 무료로 진행된다. 지난 10일부터 입장료를 받는다. 개장시간 오전 6시~오후 8시. 어른 1000원, 어린이 300원. 031-8008-6611.

행정수도에 이런 숲이 │ 금강 자연휴양림


금강 자연휴양림 창연정 주변에 핀 철쭉은 5월 중순까지 볼 수 있다.

행정수도 세종시에도 가볼 만한 숲이 있다. 계룡산 줄기 국사봉(392m) 자락, 세종시 금남면 도남리에 위치한 금강 자연휴양림이다. 예부터 도남리는 한쪽은 산, 한쪽은 금강에 막힌 오지였다. 휴양림이 있는 금남면과 강 건너 장군면을 잇는 불티교가 생긴 것이 2002년이다.

휴양림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은 ‘창연정(蒼硏亭)’이다. 금강과 숲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전체 면적은 184㏊로, 산림박물관·수목원·물마을·야생화원·연못·황톳길 등 다양한 시설을 꾸며 놓았다. 5월에는 산림박물관 앞에 위치한 장미원과, 동물마을 가는 길에 있는 황토 메타길이 가장 아름답다. 보드라운 황톳길 양 옆으로 길쭉한 메타세쿼이아가 줄을 잇고, 하얀 꽃망울을 터뜨린 이팝나무도 볼 수 있다. 황토 메타길 끝에는 동물마을이 위치한다. 반달가슴곰·원앙·독수리 등이 있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산책길은 고도가 완만하고 길이 잘 닦여 있어 유모차도 통행할 수 있다.

●이용정보=금강 자연휴양림(keumkang.go. kr)은 충청남도 산림환경연구소가 관리한다. 숙박시설은 모두 12실이 있고, 매월 1일 오전 9시부터 다음달 예약을 받는다. 6인 기준 1박 5만6000원부터, 야영 데크 이용료 4000원. 숲 해설 프로그램은 월~토요일 3회, 일요일 2회 진행한다. 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입장료 어른 1500원, 어린이 700원. 041-635-7400.

깊은 산 속에 숨은 숲 │ 경상북도 수목원


경상북도 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수목원이다. 수목원을 품고 있는 내연산과 천령산 일부를 수목원 부지에 포함시켜 보존 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에 위치한 경상북도 수목원은 보현산(1124m)·향로봉(930m)·천령산(776m)·수석봉(821m) 등 높은 산이 사방으로 포위한 골짜기 안에 들어가 있다. 내연산 중턱 해발고도 650m의 산자락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상북도 수목원의 애초 설립 목적이 고산식물 연구였다.

수목원은 2001년 개원했다. 개원 당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수목원이었다. 수목원 전체 면적은 2727㏊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수목원이다. 전시원 구역만 55㏊, 내연산과 천령산 정상까지 경상북도 수목원에 속한다.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을 포함한 광릉숲 면적이 2240㏊다. 5월에 가장 아름다운 곳은 창포원이다. 보랏빛 창포 꽃이 만발한다. 보경사 가는 방향으로 30분쯤 산을 오르면 망개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망개나무는 충북 속리산, 경북 주왕산과 내연산 등지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이다. 2013년 조성한 울릉도 식물원도 독특하다. 섬쥐똥나무·섬개야광나무 등 울릉도 특산식물을 직접 가져다 심었다.

●이용정보=경상북도 수목원(gbarboretum.org)은 경상북도 산림자원개발원이 관리한다. 숙박시설은 없다. 숲 해설 프로그램은 3일 전에만 예약하면 1명이 와도 해준다. 하루 3회, 1시간 진행된다. 개장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입장료는 없다. 054-260-6100.

글=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각 휴양림ㆍ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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