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벤처기업 창업에 병역특례 혜택이란 ‘당근’까지 꺼내 든 건 파격적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각종 벤처 육성책을 내놓았지만 성과가 없자 초강수를 동원한 셈이다. 독보적인 기술이나 특허를 가진 인재가 안정적인 대기업 대신 창업 전선으로 나오도록 하자면 화끈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벤처 창업이 활성화되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청년실업도 완화할 수 있다. 차제에 전문연구요원 복무 기간을 36개월에서 30개월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문연구요원의 대기업 배정도 허용할 방침이다. 대기업 복무 기간 동안 배운 것을 바탕으로 쉽게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국내에서 병역특례는 극히 예민한 ‘역린’이다. 자칫 부유층 자제의 병역 회피를 합법적으로 보장해주는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돈만 있으면 벤처 창업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의식해 전문연구요원 인정 범위를 이공계 석·박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해외 인재의 국내 창업 유도 방안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 인재의 범주에는 내·외국인이 동시에 포함된다. 한국 출신으로 해외에 거주 중인 유학생·연구원·외국 기업 임직원이 국내로 돌아와 창업하면 거주·교육·의료 등의 측면에서 혜택을 주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KOTRA가 시행 중인 ‘콘택트 코리아’ 제도를 준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 제도는 국내 기업이나 기관이 글로벌 인재를 필요로 할 때 인재 소개·채용·비자 추천·국내 취업 후 정착 등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2008년부터 자국 출신 해외 인재의 귀국과 외국인 인재의 중국행을 유도하기 위해 대대적 지원을 펴고 있는 중국을 벤치마킹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1000인 계획에 따라 귀국한 인재들에게 1인당 최대 100만 위안(약 1억7000여만원)의 보조금과 주택·세금·사회보험·자녀 교육·배우자 취업 등 12개 분야에서 파격적 혜택을 주고 있다.
스톡옵션 저율 과세 대상 금액을 현재의 두 배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스톡옵션 행사(주식 매입) 때 최고 38%(지방소득세 포함 시 41.8%)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하는 불합리한 과세 제도가 우수 인재의 벤처 유입을 막고 있다”는 본지 보도(2013년 8월 27일자 B1면, 2013년 10월 30일자 1·4·5면) 이후 올해부터 세제를 개정해 적용하고 있다. 스톡옵션 행사 때 6~38%의 근로소득세를 내거나, 주식을 팔 때 10%의 양도소득세를 내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다만 양도세 방식을 선택할 때 한도액이 ‘1억원 이하’로 제한돼 있다. 이걸 ‘2억원 이하’로 확대한다는 얘기다. 시가와 액면가 중 높은 가격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해야 하는 하한선 제도도 철폐해 둘 중 낮은 가격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비상장 벤처기업 직원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주식을 매수할 때도 소득공제 한도를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려준다.
정부가 이런 방안을 만들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벤처·창업지원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5월 ‘벤처 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한 이후 수차례 벤처·창업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기업의 장기 생존율은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창업기업 생존율은 3년 차가 38%, 5년 차가 30.9%로 3년 차가 50~60%, 5년 차가 40%대인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크게 낮다. 정부 관계자는 “창업 초기 기업에만 지원이 집중돼 ‘죽음의 계곡’으로 일컬어지는 3년 차 이상 기업의 생존율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며 “정책 지원도 금융에만 편중돼 있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 사업화 기회 제공, 사업 공간 제공, 교육 등 분야의 지원 비중은 미미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