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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70마리 휴양 오는 곳 … 말의 천국, 함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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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남 함안군 ‘말 산업 육성공원’에는 말들이 먹고 잘 수 있는 마사가 있다. 6일 마사 앞 마당에서 말들이 일광욕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992년 6월 경남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말 갑옷과 둥근 고리 큰칼 등 철기류 80여 점이 출토됐다. 철편으로 된 말 갑옷은 원형에 가까웠다. 이로써 가야시대 말 갑옷의 형태가 세상에 알려졌다. 말 갑옷의 발굴은 이후 아라가야의 중심이었던 함안군이 말 산업을 육성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6일 오후 함안군 가야읍의 함안군 ‘말 산업 육성공원’. 실외 승마장에 말 3마리가 뛰놀고 있다. 그 옆엔 말들이 먹고 자는 마사가 있다. 대팻밥이 두툼하게 깔린 마사엔 자동 급수대와 찬바람이 나오는 송풍 시설도 보인다.

 이 공원은 말 생산에서부터 휴양·조련, 승마와 승마교육, 말 판매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췄다. 함안군이 총 87억여원을 들여 2009년 3월 경주마 휴양·조련장을, 지난해엔 승마장을 잇따라 갖춘 덕분이다. 면적만 45만㎡에 달한다.

 경주마 휴양·조련장엔 마사 140칸, 실내외 마장 각 1곳, 1000m 타원형 주로, 방목장, 초지, 건초 육묘장 등이 들어서 있다. 말을 강제로 운동시키는 걷기 기계 3대와 무릎이 좋지 않은 말을 위한 수중 걷기 기계 1대도 있다. 이날도 말 9마리가 걷기 기계 2대에서 운동 중이었다.

 현재 경주마 주인 30여 명이 이곳에 맡긴 말은 56마리. 부상을 치료하고 적당한 운동과 먹이 조절, 샤워 등 휴양을 하며 다음 경주에 대비하는 말들이다. 경주마는 1회 경기 뒤 최소 15일 이상 쉬어야 한다. 경주대회에 앞서 이곳 조교사·관리사 등 4명이 말들을 돌본다.

 공원 측은 이들 말 1마리당 월 90만씩 받는다. 지난해는 위탁 수수료 4억5000만원을 벌어 공원 운영비로 썼다. 월 70마리 이상 위탁받으면 수익이 생길 것으로 공원 측은 보고 있다. 안병준(37) 경주마 관리사는 “마주가 맡긴 말은 다음 경기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도록 관리한다”며 “경주마는 이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휴양·조련장엔 함안군 자체 소유의 번식마 6마리와 갓 태어난 새끼 2마리 등 18마리도 있다. 연말까지 새끼 2마리가 더 태어난다. 이 새끼 말은 2년 뒤 경주마 훈련에 들어가지만 경주마로 소질이 없으면 승용마로 바뀐다.

 승마용 말을 생산·관리하는 승마장엔 마사 40칸과 실내외 마장 6곳 등이 있다. 승용마 14마리를 자체 보유한 공원 측은 오는 9월 승마장을 정식 개장해 하루 1시간씩 한 달간 승마를 즐길 회원에게 60만원씩 받기로 했다. 승마체험 때도 돈을 받는다. 서상용(50) 승마 교관은 “앞으로 승마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수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승마인구는 4만5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공원 측은 지난달 부산경남경마장과 같은 방역 시스템을 갖춰 한국마사회로부터 ‘검역 면제 지정’을 받았다. 일일이 경마장에서 말 검역을 받던 불편이 없어진 것이다. 또 지난달에는 지방자치단체로는 전국 처음으로 ‘경주마 생산농가’로 등록됐다. 함안군이 전국 240여 경주마 생산농가의 일원이 된 것이다.

글=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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