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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탄환' 칼 루이스, 요즘 뭐하나 보니…

중앙일보

입력

‘갈색 탄환’, ‘총알탄 사나이’로 불렸던 올림픽 육상 영웅 칼 루이스(53).

그는 네 번의 올림픽에서 9개의 금메달을 따고 세계 육상연맹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한국인에겐 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기억된다. 당시 100m의 우승자는 벤 존슨(캐나다)이었으나 존슨이 약물 양성 반응을 보여 금메달이 박탈되면서 칼 루이스가 정상을 차지했다.

그는 97년 은퇴를 선언했다. 18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칼 루이스는 지난해 모교인 휴스턴 대학에서 육상코치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20대에 금메달을 목에 건 칼 루이스가 '제 2의 칼 루이스'를 키워내기 위해 트랙에 돌아온 것이다. 그는 트위터에 "좋은 코치는 선수들의 경기뿐 아니라 인생까지도 코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격언을 옮겨 실었다. 칼 루이스 재단을 만들어 육상 꿈나무를 후원해왔던 그는 선수들의 '인생 코치'까지 겸하겠다며 의욕에 찬 모습이다.

'휴스턴의 퓨마(Couger)'로 불렸던 루이스는 그동안 '1인 다역(多役)'으로 살아왔다. 특히 관심 있던 분야는 영화였다. 1987년 영화 '더러운 세탁물(dirty laundry)'에서 마이애미 경찰 1으로 출연한 뒤 단역(까메오)·조연도 불사했다. 스피드 존(1989년)·마라톤(1992년)·트위스터 3(2002년)·에이리언 헌터(2003년)·머터리얼 걸스(2006년)·더 라스트 아담(2006년)·토너먼트 오브 드림스(2007년)·슈퍼히어로의 진실(2008년)·챌린징 임파서빌러티(2011년)·9.79초(2012년) 등 1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본업인 달리기 선수 역으로 주연일 때가 많았지만 경호원 역할 등도 가리지 않았다. 90년대 연기학원에서 전문 연기수업도 받을 정도로 영화에 애정이 많았다.

가족사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던 그이지만 최근엔 '팔불출 아빠'로서 면모를 보였다. 지난 2월, 칼 루이스는 자신의 트위터(@Carl_Lewis)에 군복을 입은 아들과 찍은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이제 나는 군인 아버지(Army Dad). 자랑스럽다"는 트윗도 올렸다. 아들 바킴 루이스(Bakim Lewis) 이병은 미 보병 연대 제2 보병 전투단 소속으로 기초전투훈련을 지난 2월 5일 마쳤다.

미 언론은 "바킴 루이스 이병은 육상 스타였던 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 가족인 칼 루이스 집안에서 '군인'이 나왔다는 것도 화제였다. 칼 루이스의 부모는 육상선수였으며 큰 형은 육상 단거리, 둘째 형은 미식축구, 여동생은 멀리뛰기 선수였다. 은퇴 후 칼 루이스는 자선활동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맥도날드 어린이 기금에서 2007년 공식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선천성 질병을 앓는 어린이들 치료를 돕는 기금이다. 2009년 UN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우호대사로 뽑혔다. 2010년 지진을 겪었던 아이티의 숲을 재건하는 데 힘을 보탰다. 2012년 지체장애우를 위한 자선달리기 대회인 '베스트 버디스' 에 참가했다. 횃불을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세계 하모니 달리기'에도 참여했다. 매년 릴레이 거리만 7만2000km에 달하는 이 대회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마더 테레사 등 세계 유명 인사들이 참가했다.

칼 루이스는 한 때 정치인을 꿈꿨다. 루이스의 부모도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친분이 깊었고 인권운동에도 적극적이었다. 2011년 칼 루이스가 뉴저지주 마운트 홀리 8지역구 상원 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었다. 당시 그는 상원 자리를 노렸지만 '뉴저지 상원 후보자는 4년간 뉴저지에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논란이 일면서 꿈을 접었다. 알레르기를 고쳐보려고 시작한 채식을 20년 이상 이어오고 있다. 그는 "요가와 채식 덕에 36살의 나이에도 9번째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축적한 자산은 2000만 달러(약 215억원)로 알려져 있다.

칼 루이스의 '그림자'를 누구보다 크게 느낄 인물이 있다면 포뮬러1(F1) 카레이서인 메르세데스 팀 소속 루이스 칼 해밀턴(Lewis Carl Hamilton)이다. 2008년과 2014년 F1에서 우승을 거머쥔 이 85년생 영국 선수는 "칼 루이스처럼 빠른 사람이 되라고 지어주신 이름이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사실 우연의 일치일뿐 의도하고 지은 이름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해밀턴의 이름에서 '빛보다 빠른 사나이' 칼 루이스를 떠올린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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