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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가전업체 "양판점이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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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서울 가양동 하이마트 가양점에 쓰리에스디지털의 32인치 LCD 텔레비전 'XEVA'가 대기업 제품들과 나란히 전시돼 있다. 최정동 기자

경기도 성남의 벤처기업 쓰리에스디지털㈜은 2000년 6월에 설립된 신생 영상장치 제조업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일본 산요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디지털TV 보드(회로판)를 납품해 오다 올 10월부터 LCD TV 완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XEVA'라는 자체 브랜드를 달고 가전 유통 전문점 하이마트를 뚫었다. 신생 브랜드지만 한가지 모델로 10월 한 달 동안 180대를 팔아 하이마트의 32인치 LCD TV 부문에서 5%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이른바 양판점으로 불리는 전자전문점들이 중소 가전업체의 주요 판로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전문점은 전국적으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어 중소업체들이 이들 전문점과 거래를 트면 곧바로 전국적 유통망을 확보하게 된다.

전자전문점 또한 '저렴한 가격'을 표방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중소 가전업체들은 전자전문점 외에 대형 할인점.TV홈쇼핑.인터넷 쇼핑몰. 집단 상가 등 다양한 판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전자전문점을 선호하고 있다. 전국적 판매망을 통해 대량으로 팔 수 있고 판매 비용도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한 중소 가전업체 관계자는 "할인점은 식료품 위주고 TV홈쇼핑은 제품 구성이 다양하지 못한 데다 수수료 등 유통 비용이 비싸 팔아도 남는 게 적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입점하기는 쉽지만 가격 경쟁이 너무 심하다"고 한 뒤 "업체를 선별적으로 입점시키는 전자전문점에 들어간 업체라면 제품 신뢰도도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전국에 250개의 직영점을 보유하는 하이마트의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는 중소 가전업체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하이마트의 입점업체 300여 개 가운데 90%는 중소기업이다.

이 때문에 제조사의 물건을 구매하는 '바이어' 30명 중 절반이 중소기업 담당이다.

하이마트는 2003년 9월부터 자회사 '하이로지텍'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 수리를 전담토록 하고 있다.

하이마트 선종구 사장은 "해외 시장에서 우수한 실적을 내는 중소기업도 국내에서는 판로 확보를 못해 대부분 고전한다"며 "중소 업체가 하이마트와 거래한다는 것은 곧 국내 가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전국에 70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는 전자랜드도 전체 매출의 약 50%를 중소기업 제품 판매에서 올리고 있다.

전자랜드 최정용 차장은 "디지털 TV 제조업체 이레전자와 MP3플레이어 업체 아이리버는 전자랜드에서 소비자 판매를 처음 시작해 성공한 대표적 업체"라고 말했다.

중소 가전업체들이 회원사로 소속돼 있는 한국전자산업진흥회의 김규완 산업총괄팀장은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판매망을 깔 형편이 못된다"며 "전국적 유통망을 가진 가전 유통전문점이 효과적인 판로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이 전자전문점에 입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품 품질과 가격 경쟁력, 판매 후 서비스(AS) 능력 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상품팀의 최두환 바이어는 "국내에 중소 디지털 TV 제조업체가 30곳이 넘는데 이중 3곳만이 입점하고 있다"며 "상품력을 갖추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joonho@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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