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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DJ 묘 앞에서 … 네 탓만 외친 화요참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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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위문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대중(DJ) 전 대통령 묘역 앞에 70여 명의 동교동계 인사들이 또 모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4·29 재·보선 참패 뒤 처음 돌아온 ‘화요 정기 참배’였다. 동교동계는 선거전 초반 “문재인 대표를 도울 수 없다”며 버티다 당내 분란이 일자 뒤늦게 ‘선거 지원’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그런 동교동계의 지원이 무색하게도 새정치연합 후보는 광주에서조차 대패했다. 그래선지 이날 참배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좌장인 권노갑 고문은 중국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고, 단골 참석자였던 김옥두·박양수·이훈평 전 의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광주, 서울 관악에서의 야권 분열과 경선 갈등이 참패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나도 동교동계”라며 모인 인사들에게서 자성이나 반성의 모습은 없었다.

 “노빠(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세력을 낮춰 부르는 말)들을 완전히 제치고 비대위를 다시 하든, 전당대회를 하든 대표를 다시 뽑아야 한다” “관악에서 김희철이 나왔으면 정동영이가 안 나왔을 것이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근무한 정태호가 나오니까 정동영이가 ‘2등이라도 할란다’며 나왔다” “문재인이가 엎드려 빌어야 한다”는 증오와 원망만 가득했다.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던 권 고문과 박지원 의원을 향해서도 “권 고문도 갈팡질팡한다. 연세가 되셔서 그런가 행동이 한길로 가셔야 하는데…” “박 의원도 (선거 유세에) 붙지 않았어야 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날 참배에 참석한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에게는 “문 대표가 사퇴를 해야 한다” “최고위원께서 액션을 잘 취해주셔야 저놈들(문 대표와 친노 그룹)이 무릎을 꿇는다”는 말도 나왔다.

 참석자들과 오찬을 함께한 DJ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저희들이 부족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죄송하다”는 전 최고위원의 말을 듣고는 “선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것이다. 힘을 내 잘 수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여사가 말한 ‘수습’의 의미를 전 최고위원은 “DJ는 늘 통합을 해서 정권을 창출했다. 그 정신을 우리가 잘 되새겨야지”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5년8개월째 매주 화요일 묘역을 참배한다는 이들에게선 DJ와 이 여사가 강조하는 ‘통합’의 의지를 찾기가 힘들었다. 전 최고위원조차도 문 대표의 지난 4일 광주 ‘낙선 인사’에 대해 “광주에 대해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데 단순히 낙선인사 차원에서 내려가다니, 참모들의 정무 감각이 빵점이다. 그들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는 이 여사의 발언은 여의도에 닿지도 못한 채 늦봄 동작동 국립현충원 하늘에서 가물가물 사라지고 있었다.

위문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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