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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만만한가 … 계속된 흔들기에 성난 가입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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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국민연금공단 본사의 모습.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국민의 합의 없이 갑작스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해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보험료 납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 상향조정(40%→50%)에 대해 4일 “국민 동의가 먼저”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이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돈은 국민이 내는데, 누구 맘대로 저렇게 하겠다는 거냐”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젊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이 두드러진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 소득대체율을 조정하겠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면 연금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게 뻔해서다.

 이번 ‘소득대체율 사태’는 국민연금이 스스로 자초한 게 아니다. 여야 정치권이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다 가만히 있던 국민연금이 유탄을 맞은 셈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이 아무 관계 없는 곳에 국민연금을 갖다 붙이면서 제도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만만한 게 국민연금이냐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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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이 유탄을 맞은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벌써 세 번째다. 2013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기초연금 공약 이행을 위해 국민연금 기금의 30%를 갖다 쓰기로 추진했다. 그 돈이 5년간 8조원이 넘었다. 가입자들은 “노후에 받을 연금의 밑천인데 왜 그 돈을 헐어 쓰려고 하느냐”고 강하게 반발했고 박 대통령이 나서 일반 재정에서 전액 조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기초연금 액수를 연계했다.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연금을 덜 받게 설계했다. 국민연금에 불리한 조항이었다. 이때 또 한번 출렁거렸다.

 이달 말에도 국민연금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조치가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이 그것이다. 복지부는 현재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기금운용공사’로 바꾸려 한다. 현행 체계로는 국민연금 기금(470조원)의 수익률을 올리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공사화한다고 수익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공사로 독립시켜 수익률을 올리려면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비율을 높여야 할 텐데 그러다 기금을 까먹으면 누가 책임질 거냐”며 “그런 일이 생기면 제도 불신이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이유로 야당과 시민단체는 공사화에 대해 비판적이다.

 국민연금은 아직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현재 가입대상자의 68.9%만 가입한 상태다. 말로만 ‘전국민 연금’일 뿐이다. 가입자 중에서도 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이 40%가량 된다.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나 임의 가입한 전업주부 등이 이탈할 수 있다. 지난해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 파동 때 한동안 그랬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들이 연금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탈(脫) 정치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보사연 윤 연구위원도 “한국은 유럽과 달리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서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각지대 비율이 높다”며 “국민연금 제도가 차분히 안정되도록 정치권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천인성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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