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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지금이 찬스" 공무원연금 개혁 밀어붙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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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나흘째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관저에 머물렀다. 이날 열린 정부 3.0 박람회 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몸이 회복되지 않아 갈 수 없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위경련과 인두염 진단을 받았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의료진의 관찰 아래 관저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고 구체적인 차도와 관련해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공식 일정은 건강 회복 정도를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다음주 초께 일정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나흘간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얼굴 없는 병상정치’는 위력을 드러냈다. 전격적인 이완구 총리 사표 수리(4월 27일)→‘성완종 리스트’에 관한 대국민 메시지(4월 28일)→재·보궐선거 압승(4월 29일)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다.

지난달 27일 이후 청와대는 좀처럼 알리지 않는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연일 브리핑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란 곤혹스러운 상황 속에서 박 대통령의 와병 소식이 전해지며 여권 지지층을 결집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의 4·29 재·보선 압승으로 한숨을 돌린 박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재개하게 되면 ‘개혁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참모들은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내놓은 4·29 재·보선 결과 논평에서 “앞으로 경제활성화와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과 정치 개혁을 반드시 이뤄 국민의 뜻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재·보선에 나타난 국민의 선택은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고 정치 개혁을 이루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각종 개혁을 추진하기엔 지금이 찬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재·보선 승리를 바탕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선거 다음날 지도부의 일성은 온통 공무원연금 개혁이었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가 국민의 불신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면 국민이 원하는 성과물을 내야 한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현안이 바로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활성화법 처리”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2일 개혁안을 마련하고,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기존 여야 합의시한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무원노조 측이 30일 ‘지급률 1.75%, 기여율(보험료율) 9%’를 새 협상안으로 제시해 ‘지급률 1.7%, 기여율 9.5%’를 강조하고 있는 정부와 협상에 진통을 겪었다. 그러자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지급률을 10년 간 1.75%, 그 이후 1.7%로 낮추는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인선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한다. 재·보선 압승에 따라 ‘정국 돌파형’보다는 ‘안정형 인물’에 무게를 두고 인선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안 과거사 문제 해결”=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일본과 올해 중으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과거사와 안보 문제를 구별해 다루면서 한·일 관계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주 수석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거론하며 “ 정부는 연중 한·중·일 정상회담까지 협력 수준을 회복시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호·허진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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