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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외 사이트 강제 차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베이징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S씨는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구매하려다 애를 먹었다. 한국의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 접속하자 순식간에 화면이 사라지고 특정 사이트(wpkg.org)로 강제 이동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줄 알고 백신 프로그램을 사용해 봐도 헛수고였다.

 중국 전역의 외국인과 해외 사이트 이용자들 사이에서 닷새째 인터넷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주요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면 소프트웨어업체로 소개된 wpkg의 영문 사이트로 강제 이동되는 현상 때문이다. 피해 사례 가운데엔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의 뉴스 사이트와 교보문고·리브로 등 서점, 이마트·지마켓·인터파크 등 홈쇼핑 사이트 들이 포함돼 있다. 한 유학생은 “시험 공부에 필요한 책을 며칠째 주문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 망으로의 우회 접속 서비스(VPN)를 사용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상하이에서 정보기술(IT)업체에 근무하는 한국인 신판수(39)씨는 “사무실과 집의 모든 컴퓨터에서 국내 뉴스 사이트에 접속이 안 된다” 고 말했다. 일본의 주요 뉴스 사이트, 서양 뉴스 사이트는 물론 일부 게임 사이트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에 연동되는 링크 버튼을 만들어 놓은 사이트들을 위주로 화면 강제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페이스북은 오래 전부터 중국 당국이 접속을 봉쇄하고 있는 사이트다. 신씨는 “중국 당국이 검열시스템인 만리장성 방화벽을 강화하면서 빚어진 현상이 아닐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공산당 내에 ‘인터넷 안전·정보화 영도소조’를 설치한 이래 최근까지 인터넷 보안과 검열을 강화해 오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상황과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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