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귀천의식 격차 크게 줄어

중앙일보

입력 2005.12.20 05:08

업데이트 2006.06.2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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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직업을 보는 한국인의 눈이 바뀐다. 귀천을 따지던 편견이 옅어지고 있다.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소장 석현호 교수)의 2003~2005년 한국종합사회조사(KGSS)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의 2000.1995.1990년 '불평등과 공정성 연구'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직업의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높다고 또는 낮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인은 판사를 으뜸으로, 막노동자를 최하위로 쳤다. 하지만 그 차이는 좁혀졌다. 15년 전 판사는 93점을, 막노동자는 9점을 받았지만 올해는 91점, 14점이었다.

이 추세는 전 직종에서 나타난다. 15년 전에 높은 평가를 받았던 직업들은 대체로 내려가고 낮은 평가를 받았던 직업들은 조금씩 올라갔다. 교수는 15년간 하락폭이 큰 직업 중 하나. 90년엔 89점을 받았지만 올해 85점에 그쳤다.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의 구혜란 연구교수는 "국민의 교육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박사학위자들도 많이 늘면서 이제는 교수만의 전유물이라는 지식이 상당히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15년간 가장 높게 상승한 직업은 동사무소 직원. 무려 14점이나 뛰었다. 지난 5년 사이 가장 지위가 높아진 직업은 연예인으로 9점이나 높아졌다. 대체로 저평가됐던 공직, 경력.능력이 쌓이는 숙련.기능직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

경기대 직업학과 김병숙 교수는 "옛날에는 권위적이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 선호됐다"며 "그러나 요즘은 고용이 불안정하다 보니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 좋은 직업의 척도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교사란 직업도 일부 지방 학교에서 학생들이 부족해지면서 안전한 직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젊은이들 사이에선 어떤 직업은 귀하고 어떤 직업은 천하다는 배타적인 생각 자체가 거의 없다는 사회적 추세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예인 등 일부 직업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지만 너무 화려한 면만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유홍준 교수도 "국민의 인식 자체에서 직업의 귀천 구분이 과거보다 약해졌고, 최근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눈높이를 낮춰서 취업하는 경향이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내 사업을 갖겠다'는 사람보다 '임금근로자가 낫다'는 사람이 늘었다. 특히 '임금근로자가 되고 싶다'는 자영업자는 2003년 15%에서 2005년 21%로 눈에 띄게 늘었다. 김병숙 교수는 "경기가 불안정해 자영업이 계속 도산하는 분위기에서 적은 월급이라도 꼬박꼬박 받고 싶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돈을 더 벌겠다'고 답한 상용직 근로자는 100명 중 35명꼴로 2003년보다 7명 늘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철희 전문연구원은 "보통 일정 임금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돈보다 여가를 선호하게 마련인데, 많은 사람이 일을 더 하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앞날에 대한 불안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 1 예전엔 '광대' 소리 들었지만

"1960년대에는 공무원이나 농협 직원이 최고였죠. 배우가 되겠다고 하니까 '사내 자식이 무슨 광대 짓이냐'고 아버지께서 역정을 내셨어요. 지금은 재능이 있어야 성공하는 직업이라고 다들 알아주잖아요. 아들(최규환.(右))도 배우 하겠다는 걸 말리지 않았어요."(중견 배우 최주봉씨.서울시 뮤지컬단장)

# 2 일한 만큼 인정받는 목수 팀장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 어쩌다 목공을 시작했어요. 남들에게 존경받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일한 만큼 인정받으니까 만족하고 삽니다. 갈수록 기술도 쌓이고 이제 밑으로 여러 명의 목수를 둔 팀장이고요. 어디서든 당당하죠."(인테리어 목수 이상철(41)씨)

# 3 교수 이젠 편한 직업 아닙니다

"옛날에는 교수 하면 막연히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역시 중요한 직업이긴 하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비치면서 (사회적) 지위가 다소 떨어진 것 같네요. 내가 부임했던 1989년에 비해 지금은 연구.행정 업무가 늘어 편한 직업은 아닙니다."(성균관대 사회학과 유홍준 교수)

◆ 종합사회조사 참여 학자=성균관대 석현호.김상욱 교수, 아주대 윤정구 교수, 국민대 이명진 교수,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연구원,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고지영.김왕식.구혜란.박병진.엄한진.박영실 연구교수

◆ 중앙일보 탐사기획팀=정선구.강민석.김성탁.정효식.민동기.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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