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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 토종 SW 기업 4곳 구글·페이스북 부럽지 않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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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호 04면



[영림원소프트랩]
이직률 6.75%, 호칭은 모두 '~님' 5년 근속자 대학원 학비 전액 지원

110명 정원의 사무실 공간을 마련했다. 이제 250명이나 되는 임직원이 모여 일한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탄탄한 기술력, 직원 중심의 ‘꿈의 직장’이라는 입소문이 나며 인재가 몰렸다. 이직률은 불과 6.75%. 국내 대표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 영림원소프트랩(이하 영림원) 얘기다.
 척박한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20년 넘게 회사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림원 ‘소프트웨어 파워’는 권영범(60사진) 대표에게서 시작된다. 그는 회사 자본금이 2억원에 불과하던 시절,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6억5000만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해 회사를 살려낸 경험이 있다. 소프트웨어의 가능성을 내다본 권 대표는 이후 본격적으로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시장 개척에 나섰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인재 중심’ 영림원의 기업문화를 일궜다.
 우선 채용부터 꼼꼼하다. 응시자에게 권 대표는 22년 전부터 직접 만든 적성검사를 보게 한다. 계산대소비교공간능력 등 6개 분야 50문항에 달한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고 간단하게 정리해 내는 능력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권 대표의 생각에서다.
 일단 뽑은 인재는 회사 차원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약속한다. 자사 업무솔루션(K-System BizUp)을 통해 회사 목표에 따른 개인별 목표를 스스로 세우게 하고 직위에 상관 없이 ‘~님’을 호칭으로 붙여 수평적 사고를 이끈다. 회사는 자기 도약의 발판이기도 하다. 5년 이상 근무자에겐 대학원 학비를 전액 지원하고, 전 직원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해 전자책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도록 한다.
 권 대표는 “제조업의 경영 효율은 명령과 통제로 향상시킬 수 있지만 지식산업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오히려 악폐”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식 근로자의 일은 머릿속에서 이뤄진다. 스스로 이걸 표출해 낼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기 근속자는 최대 500만원의 휴가비를 지급하고, 사내 맥주바 이용, 신규 프로젝트 달성 시 전 직원 해외 연수 등 기업 역량만큼이나 문화도 꾸준히 혁신하고 있다.



[포시에스]
출산·육아 휴직자 전원 본업 복귀, 연 2회 직원 가족 초청 성대한 파티

전자문서 솔루션 분야의 국내 1위 포시에스에는 한 자매와 그들의 남편이 함께 다닌다. 먼저 다니던 여직원이 남자친구와 여동생을 불렀고, 여동생은 회사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조종민(52.사진 왼쪽),박미경(45.사진) 대표 역시 부부 사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애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기업, 포시에스의 기업문화는 이 한 줄로 요약된다.
 포시에스 조 대표는 설립부터 경영을, 박 대표는 기술부문을 총괄하는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해 왔다. 전자정부가 들어서고 기업이 웹 중심으로 업무를 바꾸며 전자문서 활용도가 높아졌다.
 4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꾸준히 성장해 이제 직원이 110명에 달한다. 법무부, 대법원 등 정부기관과 삼성, 현대, 신한은행, SK텔레콤 등 3000여 고객사가 포시에스에서 개발한 전자문서 솔루션을 사용한다. 영업이익률은 36.9%(2011~2013년)로, 소프트웨어 평균 이익률의 6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승승장구하는 기업의 근저에는 차별 없는 기업문화가 있다. 업무에 맞게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는 게 비결이다. 박 대표는 “보통 기술개발과 연구직은 남성이, 기술지원과 교육, PT는 여성이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이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만들어 주는 게 소프트웨어 기업의 덕목”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가족과 여성을 위한 제도를 ‘눈치보지 않고’ 쓰게 하는 것이 전부”라고 겸손해 했다.
 포시에스는 직원 중 34%가 여성이다. 20명이 결혼했고, 과장과 팀장급의 3분의 1이 여성이다.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육아로 인한 부담감을 이곳에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출산 및 육아휴직 인원은 100% 본업으로 복귀했다. 워킹맘을 위한 시차근무 제도를 보편화해 현재 8명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인사상 불이익은 전혀 없다.
 기업문화의 또 다른 핵심은 가족이다. 매년'창립기념일'과 '송년의 밤'행사에 직원 가족을 초청해 성대한 파티를 열고, 직접 쓴 카드를 전달하며 아이에게 큼지막한 선물을 안겨준다. 포시에스의 ‘행복한 프로그래밍’은 이렇듯 현재진행형이다.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회사에 캠핑장, 캔맥주 냉장고, 출근시간 맘대로 퇴근은 오후 7시

“젊은 사람이 꿈꾸는 직장이 놀면서도 돈 버는 곳이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를 그런 회사로 만들고 제 자녀까지 오고 싶어 하는 회사로 키울 겁니다.”
 오재철(46.사진)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이하 아이온) 대표는 행복한 기업문화를 끊임없이 창조하는 젊은 CEO다. 최근 회사 옥상에 바비큐 파티를 벌일 캠핑장을 만들고, 지하에 캔맥주를 가득 채운 냉장고를 배치했다. 회사 대신 영화관으로 출근하는 ‘무비 데이’를 매달 열고, 맹인 안마사를 채용해 안마를 받으며 잠잘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활동이 꼭 ‘근무시간 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온에서 정해진 규칙은 딱 하나 있다. ‘저녁 7시 퇴근’이다. 출근시간은 마음대로지만 퇴근은 오 대표가 직접 사무실을 돌며 챙긴다. 야근 신청서를 쓰지 않고 회사에 남았다 적발(?)되면 5일 동안 야근으로 계산된다. 만일 팀 전체 근무일수 가운데 10% 이상 야근하면 하루마다 본부장 연봉에서 1만원을 제한다. “직원은 퇴근 눈치를 보지 않고, 관리자가 퇴근을 독려하는 문화를 위해서”가 그 이유다. 3년 이상 근무하면 알아서 ‘방학’이 주어진다. 15일의 유급휴가에 최대 150만원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매년 4억 원을 쓰지만 아끼지 않는다.
 오 대표는 경제학도였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애플컴퓨터를 분해하며 놀던 ‘소프트웨어 키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비슷한 연배의 선후배 8명이 모여 회사를 설립했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아이온은 각기 다른 형식의 파일로도 쉽고 빠르게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는 콘텐트 관리시스템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지시할 사람이 없었기에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을 직접 찾았다. 그는 법인 설립 직후 해외(일본)에 판매망을 확보했다. 그 결과 지금은 한국과 일본 시장점유율 1위로 입지를 굳혔다. 또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시장도 넓히며 ‘글로벌 소프트웨어 100대 기업’으로서의 목표도 차근차근 이뤄가고 있다.
 결국엔 스스로 행복하게 일한 경험이 성과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체감했던 게 이런 기업문화의 초석이 된 셈이다. 가끔 게으름을 피우는 직원을 보면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이오닌(직원 호칭)은 모두 선하다”고 답했다. 나만큼 직원도 해낼 것이란 ‘믿음’이 묻어나는 대답이었다.



[티맥스소프트]
임원보다 연봉 더 받는 프로그래머, 반바지-실내화 차림 아무 때나 출근

소프트웨어가 ‘국격(國格)’을 대표하는 상품이라면 티맥스소프트(이하 티맥스)는 국가대표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1990년대 말 IBM과 오라클 등 글로벌 IT기업이 독점했던 시스템 소프트웨어 3대 원천기술(미들웨어, 데이터베이스, 운영체제)을 자체 기술로 확보했고, 이 중 미들웨어 ‘제우스(JEUS)’는 2011년부터 시장점유율 1위(한국IDC, 2013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스템소프트웨어는 인터넷 뱅킹부터 온라인 쇼핑, 결제, 검색 등 모든 IT 서비스를 구축·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다. 마치 IT의 사회간접자본과 같다. 외국 기업이 이를 구축하면 고속도로 통행료처럼 로열티를 내야 한다. 티맥스는 안정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서비스의 질은 높이면서 외국계 기업보다 40% 이상 저렴하게 이를 보급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장인수(53.사진) 티맥스소프트 대표는 "2800여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한 비결은 탄탄한 ‘연구 역량’에 있다"고 말했다. 티맥스는 매출의 20%를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기술인력 비중도 전체의 70%가 넘는다. 평균 연봉은 대기업을 넘는 5000만원 중반으로, 성과에 따라 매년 네 차례씩 연봉의 최대 100%를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임원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개발자가 여럿이다. KAIST.서울대.포항공대 등 이공계 최고급 두뇌들이 쏠리는 이유다.
 이뿐이 아니다. 개발자에겐 걸어서 15분 거리의 고급 빌라를 제공하고, 연봉 외 최대 200만원까지 복지 포인트를 줘 쇼핑과 교육 수강에 쓰도록 한다. 반바지를 입고 실내화를 신은 채 오후 3시에 회사에 출근해도 지적받지 않는다. 그것이 이곳의 기업문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3년 마련된 ‘티맥스 R&D센터’는 개발자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문 안마사의 마사지는 물론, 직원이 이용하는 카페의 커피 가격은 고작 1000원, 식사는 3000원에 불과하다.
 1인 1실, 또는 2인 1실로 사용하는 연구실은 하나하나가 ‘개발자를 위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벽지·조명·장식물까지 모두 자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근무시간 중 취미생활도 보장받는다. 누구는 장난감을 조립하며 집중력을 높이고, 누구는 악기 연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자발적으로 만든 동호회도 보드게임, 음악연주 등 20개 정도다. 이 중 봉사 동호회 ‘나누미’는 성남시와 협약해 3년째 차상위 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IT 희망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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