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전문가들은 네팔 지진의 특징을 몇 가지로 분석했다. 일단 지진 자체가 강력했다. 이번 지진(규모 7.8)은 1934년 카트만두 동부를 강타한 강진(규모 8.3) 이후 81년 만의 참사다. AP통신은 이번 대지진이 2010년 아이티 강진(규모 7.0)보다 16배가량 강력하다고 전했다. 지진 진원 깊이가 약 15㎞로 얕은 편이어서 지표면의 흔들림이 더 심했다는 설명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지진 발생 원인은 네팔의 지리적 위치다. 히말라야 산맥과 맞닿은 네팔 위치 자체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지진대에 있는 만큼 대규모 지진 가능성은 늘 제기돼 왔다. 네팔에는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주택이 많다. 네팔의 독특한 상속제도가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자녀에게 똑같이 땅을 나눠줘야 하는 특이한 상속법 때문에 네팔인들은 좁은 부지 위에 집을 매우 얇게 수직으로 올려 짓는다. 이 때문에 지진이 일어나면 기반이 약해 쉽게 건물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한편 네팔 지진을 계기로 전 세계 연쇄 지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진 위협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25일 규모 7.8의 네팔 지진을 비롯해 대만(20일·규모 6.4), 솔로몬 군도(22일·규모 6.3), 캐나다(24일·규모 6.2) 등 지난 일주일 새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네 차례 발생한 것이 단적인 예다. 중국 지진대망중심(地震臺網中心) 지진예측부 관계자는 “네팔 지진 이후 지진파가 외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에너지가 축적된 지역에서 지진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진 전문가들은 우려 대상이 일본·중국 등 과거 지진이 잦았던 지역만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특히 지질이 불안정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도 규모 7.7 이상의 대지진이 연이어 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대형 쓰나미를 동반한 ‘수퍼 지진’까지도 예상된다는 내용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지진학회 연례회의에서 “캘리포니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000㎞가 넘는 샌안드레아스 지진대에서 ‘수퍼 사이클’ 연쇄 지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남부 샌타모니카 지진대, 뉴포트-잉글우드 지진대 등 수십 년간 휴면 상태이던 지진대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우려를 더한다.
서유진·하선영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