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진실은…] 철저히 분업 … 바꿔쳐도 눈치 못 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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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가 16일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진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회견은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김태성 기자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16일 밝힌 입장은 확연히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인정한 분명한 사실이 있다. 현재 황 교수팀이 가지고 있는 줄기세포 가운데 적어도 실체가 확인된 6개 라인은 미즈메디병원이 보유하고 있던 줄기세포와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줄기세포를 가지고 쓴 논문이 어떻게 국제적 권위를 자랑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버젓이 실렸을까. 어떻게 국내외 학계에서 의혹을 받지 않고 통할 수 있었을까.

◆실제 실험 진행자는 극소수=황 교수나 노 이사장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원인이 있다. 줄기세포의 실체에 대해 확인한 사람은 극소수였다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황 교수팀만 해도 연구원이 30여 명이고, 2005년 논문의 경우 공동저자가 황 교수를 포함해 25명이나 된다. 그러나 황 교수팀의 경우 줄기세포연구팀과 동물복제연구팀, 이종장기연구팀 등으로 나뉘어 있어 각자 자신이 맡은 업무 외에는 정확한 진행 상황을 잘 몰랐을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 연구도 철저히 분업 시스템으로 진행됐다.

우선 난자를 제공하는 것은 미즈메디병원 측이 맡았다. 황 교수팀은 이 난자에서 핵을 빼내고 여기에 체세포의 핵을 이식했다. 이어 복제된 세포를 줄기세포로 키워내고 배양하는 작업은 미즈메디병원 연구원들과 황 교수팀이 서울대 연구실에서 했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의 성립과 배양 과정을 매일 확인한 사람은 자신을 포함, 모두 여섯 명이라고 했다. 당시 미즈메디병원 소속이었던 연구원과 서울대 수의대 연구원들이다.

이 논문의 제2저자였던 노 이사장은 줄기세포의 존재에 대해 자신이 데리고 있던 연구원들이나 황 교수의 말을 듣고 믿었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논문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제럴드 섀튼 미 피츠버그대 교수도 올 10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논문의 1번 줄기세포만 직접 봤다"고 말했다. 한때 황 교수팀의 대변인이었던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 역시 줄기세포를 본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줄기세포 조작이나 바꿔치기 등이 이뤄졌다 해도 그것을 눈치챌 수 있던 사람은 극소수였던 셈이다.

또 진짜든 이미 바뀐 줄기세포든, 그 줄기세포의 존재를 자체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에서도 허점이 있었다. 환자의 체세포 핵 이식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는 DNA 지문분석과 조직적합성 항원(HLA)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담당자 모두 줄기세포가 아닌 추출된 DNA 상태로 받아 검사를 진행했다. 그 DNA가 어떤 세포에서 추출된 것인지 검사자들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논문 검증의 허점=공동저자들도 대부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모두 황 교수에게 물어보라는 식이다. 공동저자들조차 논문의 내용을 미리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또 황 교수팀은 "사이언스의 검증을 통과한 논문을 비전문적인 언론이 검증하려 한다"고 했지만 계속 제기되는 의혹들은 사이언스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온라인 부록에 실린 것이라고는 하지만 중복된 사진이나 통계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만큼 유사한 DNA 지문 등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례적으로 접수한 지 2개월 만에 발표하면서 오류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공동저자인 섀튼 교수가 워낙 미국 과학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다는 것도 원인일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이미 2004년에 한 번 논문을 통과한 적이 있기 때문에, 같은 체세포 핵 이식 복제 기술을 이용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경우 거의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을 것으로 보인다.

◆학계의 방관과 정치권의 계산=문제를 덮고 있던 전문가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전문가들은 황 교수의 연구업적에 대한 정부와 국민 반응이 어이없이 부풀려 있다는 데 동의했지만 입을 닫고 있었다. 괜히 말했다가 업적 폄하 오해를 받기 싫다는 것, 이공계 기피 현상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에서 한 사람의 영웅이 있어 주는 것도 나쁠 게 없다는 것, 또 덩달아 생명공학 전체가 정부와 국민에게 잘 인식돼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또 황 교수 세력의 견제를 받으면 곤란하다는 것 등이 이유였다. 여기에 여론에 편승한 정치권의 지원 경쟁 역시 한몫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회의원들은 최근까지도 진실규명을 철저히 외면했다.

특별취재팀<social@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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