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아기 울음소리 끊이지 않는 전남 영암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2015.04.24 00:56

업데이트 2015.04.2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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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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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이 한국의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20대 젊은 나이에 시집 오는데, 이 점이 출산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전남에 출산율이 높은 시·군이 몰려 있다는 점도 다문화 여성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본지가 2004~2013년 시·군·구별 합계출산율 평균치를 산출한 결과 전남 영암군이 1.959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 출산율(1.19명)의 1.6배에 해당한다. 지난 10년 동안 영암군의 연간 합계출산율은 인구 대체 수준(2.1명)보다 다섯 차례 높았다. 합계출산율은 15~49세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를 말한다. 영암군 다음으로 전남 강진군, 강원도 인제군·화천군, 경남 거제시가 뒤를 이었다. ‘톱 20’ 안에 전남의 시·군 8곳이 포함됐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오미숙 사무관은 “다문화 여성은 젊은 연령대가 많고 한국인 여성보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전남 영암군의 김용영(41)씨는 2011년 필리핀 출신의 조세린 비타오디(27)와 결혼해 딸 둘을 낳았다. 김씨 부부는 아들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한 명 더 낳을 예정이라고 한다. 김씨는 “주변 다문화가정에는 보통 애가 셋 아니면 넷이다. 둘이면 적은 집에 속한다”고 말한다.

 통계청의 ‘2013년 다문화인구 동태’ 중 2011~2013년 전체 출생아에서 다문화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3년 평균)을 보면 전남이 7.9%로 가장 높다. 광역 시·도 중에서 가장 낮은 대구(3.47%)의 2.3배에 달한다. 전남은 다문화 혼인의 비중이 전체의 10.7%를 차지한다. 전국에서 가장 높다. 손경화 청암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에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전남의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신입생이 모두 다문화가정 아이인 경우도 있었다. 다문화가정의 남편이 모두 아이를 두세 명 원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다문화 여성들이 아이를 통해 외로움을 이기려 많이 낳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여성의 힘은 20대 여성 출산율로 나타난다. 2013년 20대 여성 출산율(산모 1000명당 아이 수)은 영암군이 201명으로 가장 높다. 해남·광양·강진·완도 등도 높은 축에 든다.

 인제·화천·양구·철원 등 강원도의 군사도시도 출산율 강세 지역이다. 인제군은 10년 출산율(평균치) 3위, 화천군은 4위를 차지했다. 인제군청 경로가족과 임해자 주무관은 “우리 군에는 젊은 직업군인 가족들이 많고 군 당국에서 진급 등에 다자녀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점이 출산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는 점도 출산에 긍정적 요인이다”고 말했다. 인제·화천 등은 20대 여성 출산율도 매우 높다.

 전남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의 다양한 지원책도 출산율에 도움을 준다. 강진·광양·해남 등은 2005년 무렵 출산장려금제도를 도입했다. 2006년 중앙정부가 제1차 저출산 대책을 시행한 것보다 앞선다. 영암군 김용영씨는 “신생아 양육비와 가정양육수당 등이 없으면 아이를 그만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진군 다문화가정 김경호(43)씨의 부인(25·베트남 출신)은 다음달 초 출산할 예정이다. 김씨의 부인은 강진의료원 산부인과에 다닌다. 김씨는 “우리 군에 산부인과가 있어서 광주(차로 한 시간 반) 등지로 멀리 가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강진군청 윤유양 주무관은 “2009년부터 산부인과 유치에 공을 들인 끝에 2년여 만에 성공해 서남부 전남권의 출산율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암대 손 교수는 “정부의 국제결혼 요건 강화에 따라 다문화 여성이 줄고 있어 출산율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장은 “지방 정부들이 정책을 서로 베껴 비슷한 게 많다.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출산장려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출산율(평균치)이 낮은 데는 서울·부산·대구의 자치구들이다. 부산 서구-서울 강남구-종로구 순으로 낮다. 출산율이 낮은 ‘톱 20’에 서울·부산의 구가 8곳씩, 대구의 구가 3곳 포함됐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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