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목요일] 잘 웃고 적극적인 아침형 … 아이디어가 많은 저녁형

중앙일보

입력 2015.04.23 00:32

업데이트 2015.04.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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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스트리아의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1756~1791)는 새벽까지 고뇌하며 악보 속 음표를 채워 넣곤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정치가 처칠(1874~1965)도 새벽 4시에 잠들고 오후에 일어나는 ‘저녁형 인간’이었다. 반면 미국의 에디슨(1847~1931)은 발명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고 수면 시간도 최대한 줄였다. 일본 장수 오다 노부나가(1534~1582)도 매일 새벽 말을 타고 다니며 전략을 짠 ‘아침형 인간’이었다. 오후 10시 전에 잠을 청하는 조지 W 부시(69)와 “만찬 손님들을 새벽 1시까지 붙잡는다”는 오바마(54)처럼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간에 성향이 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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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사례에서 보듯 아침이면 저절로 눈이 떠져 오전부터 왕성히 활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밤중에 작업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아침형과 저녁형이라는 정반대 생체리듬에서 우열을 가릴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지난 8일 ‘올빼미족이 되는 건 당신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제목으로 고대안산병원 김난희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47~59세 성인 남녀 1620명을 대상으로 수면 습관에 따른 건강을 분석한 결과 저녁형 인간(95명)이 아침형 인간(480명)보다 대체로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저녁형 인간이 비만일 확률이 세 배에 달했고, 당뇨나 근육감소증 위험도 더 높았다. 여성도 대사증후군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연구팀은 저녁형 인간이 야식을 먹는 경우가 잦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세브란스병원 김세주 교수팀도 아침형 인간(116명)이 저녁형 인간(123명)보다 정신적으로 안정적이란 연구 결과를 외국 학술지 ‘기분장애’ 4월호에 공개했다. 연구 결과 우울증과 조울증은 저녁형 인간에게서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명랑하고 쾌활한 기질은 아침형 인간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지난해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선 아침형 인간이 더 부지런하고 동기 부여가 잘 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저녁형 인간이 좋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스페인 마드리드대 연구팀은 2013년 청소년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귀납추리·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귀납추리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연결되는 만큼 저녁형 인간이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정경대 연구팀도 저녁형 인간이 더 똑똑하고 능률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학계에선 유전자 ‘PER3’의 길이가 길면 아침형 인간이고, 짧으면 저녁형 인간이 된다고 본다. PER3는 체내 단백질 생산량을 조절하는 식으로 우리 몸에 시간을 알려주는 유전자다. 유전자 영향이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면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생체리듬이 달라질 수 있다. 한 병원의 설문조사 결과 평균적으로 1(강한 아침형) 대 8(보통) 대 1(강한 저녁형)의 비율이었다. 일반인 다섯 중 넷은 아침형이나 저녁형으로 규정하기 애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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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들은 나머지 20%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새벽 2~3시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는 ‘수면이상지연증후군’이나 그와 반대로 아침 5시도 되기 전에 눈을 뜨는 ‘수면이상전진증후군’이 대표적 증상이다. 둘 다 졸음이나 만성피로 등 부작용은 비슷하지만 수면지연증후군이 비만 등의 문제로 신체 건강에 더 좋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헌정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침형과 저녁형 자체는 개인 특성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 말하기 부적절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늦게 자거나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건강을 위해 생체리듬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올빼미족’이 증가해 수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프리랜서 김모(31·여)씨의 경우 5년 넘게 악몽 같은 밤을 보냈다. 오전 2~3시까지 깨어 있는 것은 기본이고 심할 때는 5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처음엔 불면증인 줄 알고 수면제를 먹었지만 우울증과 불안장애만 심해졌다. 지난해 말 병원을 찾았더니 생체리듬이 남보다 훨씬 뒤로 늦춰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불규칙한 업무 패턴과 밤늦게 스마트폰을 쓰는 습관이 원인이었다. 김씨와 같은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교대 근로자(간호사·경비원 등)가 늘어나면서 생체리듬을 흔드는 야간 노동(오후 10시~오전 5시 사이 2시간 이상 노동) 비율은 전체 취업자의 13.2%(2011년)에 달했다. 10~20대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밤늦게까지 붙잡고 있어 뇌를 혹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은 “뇌 시상하부에 24시간을 조정하는 생체시계가 있다. 올빼미족은 생체시계의 리듬이 깨지면서 졸음이나 피로가 누적된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은 해가 뜰 때 눈을 뜨고, 졸리면 자는 게 가장 좋은 수면 습관이라고 조언한다. 하루 8시간 안팎의 규칙적인 수면이 무난하다는 뜻이다. 특히 항암·면역 효과가 있는 체내 호르몬 ‘멜라토닌’이 자정 전후 2시간동안 가장 활발히 분비되기 때문에 그 전에 자는 게 좋다. 신철 고대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장은 “멜라토닌은 주변이 어두워져야 나오는 만큼 스마트폰을 쓰거나 방에 불을 켜놓을 경우 호르몬 분비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 세브란스병원 수면건강센터 교수는 “아침형·저녁형에 상관없이 자신의 수면 사이클을 최대한 유지하고, 혹시 깨지더라도 원상복귀하려는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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