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쳐 주겠다" e메일 파문 … 박용성, 모든 직책 물러나

중앙일보

입력 2015.04.22 01:40

업데이트 2015.04.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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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대 재단 이사장인 박용성(74·사진) 두산중공업 회장이 이사장과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21일 밝혔다. 박 이사장이 중앙대 이용구 총장과 보직교수에게 보낸 e메일에서 학사 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교수들에 대해 “목을 쳐 주겠다”는 등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학을 인수한 지 7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박 이사장은 이날 “최근 빚어진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 대학 당국과 중앙대 발전을 위해 학사구조 선진화 방안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학내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물의란 지난달 24일 이 총장과 보직교수들에게 보낸 e메일 내용을 말한다.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 모든 걸 처리한다”며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고 쓴 것이다. 학사 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겨냥해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쳐줄 것”이라고도 했다.

 중앙대의 학사 구조 개편이란 현행 학과 구조를 바꿔 2016학년도부터 단과대로 통합해 신입생을 뽑아 2학년 2학기 때 주 전공을 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말한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전공은 정원을 뺏기고 해당 교수들은 교양 교수로 바뀐다.

 박 이사장은 이 대학의 일부 교수가 학과제 폐지 반대 토론회를 열려 하자 e메일에서 “(해당 교수들을) 악질 노조로 생각하고 대응해야지 (보직교수) 여러분은 아직도 동료로 생각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다른 e메일에선 개편 반대 교수들이 주도하는 중앙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리켜 ‘Bidet委(비데위)’나 ‘鳥頭(조두·무식한 말로 새XXX)’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 관계자는 “박 이사장이 e메일을 보낸 건 맞지만 사적인 생각을 소수 교수에게 보낸 것”이라며 “검찰이 중앙대 총장을 지낸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수사하면서 대학본부를 압수수색했는데 그 과정에서 확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또 학사 구조 개편을 반대하는 교수들을 겨냥해 이들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학생 이름으로 내걸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이사장의 사퇴로 중앙대는 내우외환에 빠졌다. 두산그룹이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뒤 총장 직선제 폐지, 성과급 연봉제 도입 등 대학 내부 개혁을 추진해 대학가에 화제를 모았으나 개혁을 진두지휘했던 박 이사장이 물러나면서 개혁도 추진력을 잃을 전망이다. 특히 박범훈 전 청와대 수석이 중앙대 서울 본교와 안성 분교를 통합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 남용 등)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이 대학은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직원들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중앙대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이사회를 열어 후속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박 이사장이 두산중공업 회장직도 내려놓았지만 해당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두산 측은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두 부회장과 달리 박 이사장은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회사 정책을 결정하는 이사회 멤버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용곤(83)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지원(50)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를, 정지택(65) 부회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김성탁·손국희·김기환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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