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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전입신고 안하면 … 주인만 웃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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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직장인 김 모(33)씨는 올해 초 연말정산 때 오피스텔 계약서(보증금 6000만원, 월세 50만원)를 근거로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했다. 2013년부터 오피스텔도 월세 공제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어서였다. 하지만 김 씨는 서류 제출 단계에서 퇴짜를 맞았다. 그가 사는 서울 공덕동의 오피스텔에 전입신고가 안 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세청에서는 “전입신고를 통해 실제 거주지라는 걸 증명할 수 없으면 공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임대차 계약 때 오피스텔 주인이 내 건 ‘전입신고 불가’ 조건을 받아들인 게 화근이었다. 결국 김 씨는 전입신고를 못한 탓에 세금 60만원(1년 월세액의 10%)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김 씨는 “집주인에게 항의하니 ‘다른 오피스텔도 다 마찬가지’라는 답만 돌아왔다”며 “오피스텔에 살면 월세 세액공제는 그림의 떡”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피스텔 세입자가 월세정책의 사각지대에 빠져 있다. 월세 시장의 중요한 축인데도 세입자 보호책을 거의 적용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지방광역시의 오피스텔은 지난해 말 42만671호로 4년전인 2010년(33만907호)보다 27% 늘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연 4~6%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미혼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세입자 수요도 꾸준하다. 도심 인근 역세권에 있는데다 원룸이나 다세대보다 보안시설이 잘 돼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막는 이유는 결국 수익률에서 비롯된다. 세금 혜택이 있는 업무용으로 세무당국에 신고해 수익률을 높인 뒤 실제로는 수요자가 많은 주거용으로 임대를 놓는다. 핵심은 부가가치세(분양가의 10%) 환급이다. 오피스텔 입주 때 국세청에 사업자등록을 하면 업무용으로 인정돼 분양 때 냈던 부가세를 돌려받는다. 그러나 오피스텔에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게 되면 주거용으로 판정돼 부가세를 환급받지 못한다. 이 때 수익률 차이가 적잖다. 분양가 2억짜리 오피스텔을 보증금 6000만원, 월세 50만원에 임대했다고 치자. 부가세(2000만원)를 돌려받으면 수익률이 연 4.2%인데 비해 못 돌려받으면 0.4%포인트가 낮은 연 3.8%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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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이런 오피스텔에 입주하는 세입자는 여러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월세 세액공제를 못 받는 건 물론이고 보증금 보호도 받기 어렵다. 전입신고를 못하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 확정일자(정부가 확인한 임대차계약일)를 받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향후 오피스텔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후순위 채권자로 분류돼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 전세나 보증부 월세 보증금을 보장해주는 대한주택보증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에도 가입할 수 없다. 전세권 설정을 하면 전입신고와 상관없이 선순위 채권자가 되지만 집주인의 동의를 받을 때에만 가능하다. 이와 함께 국민주택기금에서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세입자에게 저금리로 빌려주는 버팀목 전세대출(보증부 월세 포함)도 못 받는다.

 정부는 “집주인은 이중 혜택을 받는데 세입자는 보호를 못 받는 건 잘못됐다”고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특히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조세정책)와 국토교통부(주택정책)는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피스텔이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돼 있는 한 원래 용도와 다른 주거용으로 쓸 경우 부가세를 매길 수밖에 없다”며 “국토부가 건축법·주택법 개정을 통해 주거용오피스텔을 주택의 한 형태로 인정해야 풀릴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오피스텔의 개념을 다시 정하면 주택시장의 근간이 흔들려서 안 된다. 세법 개정을 통해 주거용 오피스텔에 부가세 면제를 해주면 월세 세액공제까지 함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부처간 벽을 넘어 오피스텔 정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오피스텔처럼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주택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세입자 보호 차원에서 기재부와 국토부는 물론 국회도 참여해 주택법과 세법의 모순을 바꿀 근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박유미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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