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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성조숙증…초등 3학년 전 성장판 열려 있는지 검사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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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량이 많은 식음료는 성조숙증의 원인이 된다.

최민식(가명)군은 중학교 1학년 때 검진 결과 키 1m55㎝, 몸무게 66㎏의 비만이었다. 최군이 앞으로 키가 자라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에 부모는 “아빠가 1m73㎝, 엄마가 1m61㎝라 문제 없다”며 치료를 거부했다. 3년 뒤 1m68㎝, 84㎏의 고도비만이 된 최군은 성장판이 닫혀 치료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서현주(가명)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키가 앞으로 1m55㎝ 정도까지만 자랄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6개월 뒤 초경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양의 엄마는 부모가 키가 커 괜찮다며 걱정하지 않았다. 3년 뒤 서양의 키는 1m51㎝에 머물렀고 성장판도 많이 닫힌 상태였다. 모두 성조숙증 때문이었다. 성조숙증은 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남성·여성의 신체적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인 2차 성징이 너무 어린 나이에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성장판 일찍 닫히면 키 안 커

성장클리닉을 운영하는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은 “성조숙증을 빨리 겪는 만큼 키가 클 수 있는 기간이 단축된다”며 “이는 성인이 됐을 때 유방암·조기폐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가 빠르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전문가 상담과 성장 예측 검사를 받아 성조숙증 피해를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경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도 성조숙증을 부추긴다. 보건교육포럼의 한 논문(초경 전 월경에 대한 지식 습득 여부 조사-초·중·고 여학생의 초경 현황 연구, 2009년 12월)에 따르면 초경 연령이 1970년대에는 14.41세였으나 2009년엔 11.98세로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소아비만도 성조숙증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워싱턴대 사회복지사업학과의 로나 레비 교수와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2009년 열린 제73회 미국소화기병학회에서 미국 부모들 대부분이 자녀가 과체중이거나 성인이 됐을 때 비만이 될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비만을 부추기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지속해 문제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부모들이 자녀가 비만·성조숙증이 아니라고 흔히 생각하는 이유는 증상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겉으로는 뚱뚱하지 않아도 체성분 검사를 하면 비만인 경우가 적지 않다. 열량이 과다한 식품으로 영양소를 너무 많이 섭취하고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체성분 분석기 생산 기업인 바이오스페이스의 조사에 따르면 적지 않은 아동들이 근육보다 체지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몸안에 쌓인 비만은 성조숙증을 부추겨 아이의 성장발육을 방해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체지방이 증가하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2차 성징이 나타나게 한다. 박 원장은 “성징이 나타나면 뼈의 성장판이 일찍 닫히기 시작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간도 줄어들게 된다”며 “비만은 호르몬 내성과 체지방을 키워 성장호르몬의 역할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겉으로는 말라 보여도 안으론 체지방이 많을 수 있으므로 꼭 전문 검사를 통해 성장판이 빨리 닫히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며 “단백질 섭취와 근력운동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특히 남아의 성조숙증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여아는 초등 3학년쯤에 가슴에 멍울이 생기거나 초경이 시작되는 등 2차 성징이 겉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남아는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더욱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가 키와 신체가 빠르게 크는 모습만 보고 잘 자란다고 생각해 성조숙증과 비만이 성장에 끼치는 악영향을 치료할 시기를 놓친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에 전문 클리닉을 찾아 성장판이 열려 있는 시기에 성장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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