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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상대방이 '이제 됐다'고 할때까지 사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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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사진 중앙포토]

일본의 세계적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6)는 "(일본은) 상대방 국가가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7일 보도된 교도(共同)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인식 문제는 매우 중요하며 (따라서)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대방 국가가 '후련하게 정리된 건 아니지만 그 정도 사과해줬으니 알았다.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고 할 때까지 사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라카미는 "사과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세세한 사실은 어쨌건 간에 (일본이) 타국을 침략했다고 하는 큰 줄기는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무라카미가 이례적으로 인터뷰에 응해 이 같이 강조한 것은 오는 8월의 전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에 '침략' '식민지 지배' '사죄'란 단어를 넣기 꺼리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에게 각성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일본과 한·중 사이의 갈등에 대해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일본이 경제대국이고, 한국과 중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대에는 그 관계 안에서 여러 문제가 억눌러져 왔지만 한국·중국의 국력이 상승해 그 구조가 무너지면서 봉인됐던 문제들이 분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상대적으로 힘이 저하된 일본에는 일종의 자신감 상실 때문에 그런 전개(한국과 중국의 부상)를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3국 관계가) 진정될 때까지 상당한 파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라카미는 "핵은 핵폭탄을 연상시키고 원자력은 평화이용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원자력 발전소'라고 부른다"며 "앞으로는 제대로 '핵 발전소'라 부르자"고 제안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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