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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만 있는 줄 알았지? 포크볼까지 장착한 오승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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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 타이거즈 오승환 선수 [사진 중앙포토]

돌직구만 있는 게 아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오승환(33·한신)이 새로운 무기인 포크볼을 선보였다.

16일 일본 나고야돔에서 열린 주니치와의 원정경기. 오승환은 6-4로 앞선 9회에 나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오승환은 리카르도 나니타, 다카하시 슈헤이, 오시마 요헤이 등 세 명의 왼손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고 5세이브째를 올렸다. 퍼시픽리그 세이브 1위에 올라선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은 1.50에서 1.29로 내려갔다.

포크볼이 위력적이었다. 오승환은 다카하시와 오시마를 상대로 2스트라이크 이후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 산케이스포츠는 '오승환이 올 시즌 처음 3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새로운 포크볼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오승환은 "일본 진출 뒤 처음으로 포크볼을 던졌다. 연습은 이전부터 했다. 이번 경기에서 시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였던 오승환은 '돌직구'라 불리는 묵직하고 빠른 직구 위주 승부를 펼쳤다. 10개를 던지면 8~9개가 직구였다. 일본 진출 첫해인 지난해에도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았다. 횡으로 변화하는 슬라이더를 예전보다 많이 던지긴 했지만 직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없어 왼손 타자를 상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슬라이더는 오른손 타자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궤적을 그리기 때문에 유용하다. 그러나 왼손타자에게는 몸쪽으로 가까이 가기 때문에 삼진을 노리기는 어렵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오승환이 포크볼만 구사할 수 있다면 사사키 가즈히로(47)처럼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사키는 시속 150㎞대의 강속구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앞세워 일본에서 252세이브, 메이저리그에서 129세이브를 올린 일본의 대표적인 마무리 투수다.

사실 오승환은 예전부터 포크볼을 던질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정통 포크볼이라기보다는 검지와 중지를 살짝 벌려 던지는 스플리터 계열의 공이다. 오승환 스스로 "투심패스트볼과 같은 공"이라고 밝혔던 구종이다. 다만 직구나 슬라이더에 비하면 완성도가 높지 않아서 잘 던지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도 다카하시를 상대로 던진 2구째 던진 포크볼은 너무 빨리 떨어져 헛스윙을 유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어 던진 3구는 원하는 코스로 날아갔고 타자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돌직구에 슬라이더, 포크볼까지 갖춘 오승환은 더욱 완벽한 소방수로 진화하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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