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에 돈 얘기 없는 서병수·유정복 수사 난항

중앙일보

입력 2015.04.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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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금품을 줬다는 공여자의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 메모 한 장만으로 검찰 수사가 가능할까.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자살하기 직전 경향신문과 마지막으로 전화통화한 내용이 16일 전부 공개되면서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은 이번 수사를 촉발한 두 가지 단서 가운데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성완종 리스트’)에는 등장하지만 전화통화에선 비위 의혹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범죄 혐의 입증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총 48분가량의 성 전 회장 육성 녹음파일에는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에 나오는 8명 중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선 금품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다. 하지만 메모에 2억원으로 표시된 서 시장, 3억원으로 표시된 유 시장에 대해서는 금품 수수와 관련해 추가 설명이 없다. 이 실장은 메모에 돈 액수 없이 이름 석 자만 나온다.

성 전 회장의 녹취파일에서도 서 시장은 “(이완구 총리를) 공천해야 한다고 당시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한테 말을 많이 하고 거들었다”고 한 차례 언급됐을 뿐이다. 유 시장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 실장에 대해서는 “그 양반이 굉장히 정치적으로 신뢰하고 의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데 처신을 잘해야 한다”고 짧게 말하고 이 총리에 대한 언급으로 넘어갔다.

 따라서 이들 3명에 대한 수사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이 육성으로 금품 전달자를 지목한 홍 지사나 금품 전달 시기·금액을 특정한 이 총리의 경우에는 수사를 통해 당시 정황들을 파고들 여지가 있지만 이들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직접 진술해 줄 사람이 숨져 수사 전망이 불투명한데 간접 정황마저 뚜렷한 게 없다는 것이다. 통상 뇌물 수수 또는 정치자금법 사건에서는 뇌물을 준 사람의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된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달랑 메모 한 장만 갖고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며 “비밀장부를 확보하거나 금품 제공 사실을 알고 있는 제3자의 신빙성 있는 진술이 나오지 않는 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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