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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특혜 워크아웃 의혹 '성완종 비망록' 금융권으로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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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완종 리스트’ 불똥이 금융권으로도 옮겨붙었다. 은행권 손실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권 거물급 인사들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간 회동 정황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기업 채권단은 이미 800억원대의 손실을 봤다. 채권단은 지난해 3월 경남기업 대출금 1000억원을 업체 지분으로 바꿔줄 당시 액면가인 주당 5000원으로 가치를 매겼다. 출자전환 발표 전날인 지난해 1월 20일의 경남기업 주가(4680원)보다 높았다. 성 전 회장 지분에 대한 감자가 없었다는 사실과 함께 ‘특혜 워크아웃’ 의혹이 제기되는 중요 근거다.

 이 주식들은 경남기업이 상장폐지되면서 휴지 조각이 됐다. 상장폐지 후 정리매매 기간 동안의 채권단 평균 매각가는 주당 666원으로 매입가의 8분의 1이다. 출자전환 지분이 가장 많았던 수출입은행이 201억원의 손실을 봤고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129억여원, 산업은행이 127억여원, 농협은행이 57억여원의 손실을 봤다. 채권단 전체의 손실은 800억원이 넘는다.

 게다가 이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채권단이 경남기업에 빌려 준 돈은 총 1조3000억여원에 달한다. 수출입은행 5207억원, 신한은행 1761억원, 산업은행 600억원, 농협은행 522억원, 수협중앙회 455억원, 국민은행 421억원, 우리은행 356억원이다. 경남기업이 상장폐지에 이어 법정관리 상태에 빠지면서 상당 부분은 돌려받기 어렵게 됐다. 통상 법정관리 대상 기업의 채권원금 회수율은 20% 안팎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1조원 안팎을 떼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성완종 비망록’은 금융권의 근심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워크아웃 관련 외압 행사 의혹을 받고 있는 김진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당시 기업금융구조개선 국장)는 워크아웃 한 달 전인 2013년 9월 성 전 회장을 만난 것으로 비망록에 기재되면서 검찰 소환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성 전 회장이 연쇄 접촉한 것으로 비망록에 기재된 임종룡(당시 NH농협지주 회장) 금융위원장, 김용환(NH농협지주 회장 내정자) 당시 수출입은행장, 이팔성 당시 전 우리은행지주 회장도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 워크아웃 결정권을 쥔 채권은행의 수장들이었던 만큼 검찰이 당시 회동에서 성 전 회장의 ‘협조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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