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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우리는 무책임했다" 문재인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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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뉴시스]

16일 경기도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에 들른 여권 정치인들은 유족들의 거부에 조문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되돌렸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8시45분쯤 예고 없이 분향소를 찾았다. 하지만 희생자 유가족 20여 명이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무력화하는 정부시행령 전면 폐기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앞을 막았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대표는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에 대해 소신을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총리는 “시행령과 관련해 차관 회의를 연기했다. 선체 인양은 가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될 것”이라고 했으나 유족들은 “우리가 원하는 답변이 아니다”며 조문을 거부했다. 결국 이 총리는 30여 분 만에 되돌아갔다. 유족들은 이 총리가 차에 오를 때까지 따라가며 “양파 총리 물러나라”고 외쳤다. ‘양파 총리’란 양파 껍질처럼 까도 까도 알맹이가 안 나오는 식의 말을 한다는 뜻으로 정치권에서 붙인 말이다.

 오후 1시40분쯤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이 분향소에 왔다. 이들이 국화를 들고 줄 서 있을 때 몇몇 유가족이 다가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등에 대해) 당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 전에는 조문할 수 없다”며 가로막았다. 김 대표는 “책임지고 세월호를 인양할 것이며 특별법 시행령은 내용이 복잡해 내일부터 유가족과 논의해 수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1년 전에도 책임지고 진상 규명하겠다더니 이뤄지지 않았다. 확실한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고 맞섰다. 약 5분 동안 실랑이가 벌어졌고 김 대표 일행은 결국 발길을 돌렸다. 유족들은 한때 떠나는 김 대표의 차량을 에워싸 10분가량 차가 꼼짝 못하다가 경찰이 투입된 뒤에야 움직였다.

 오전 8시30분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찾아왔다. 이때도 유족들은 “인양하겠다고 약속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했고 문 대표는 “온전한 선체 인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시행령안도 수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한 뒤 분향소에 들어갔다. 분향소에서 나오면서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는 이날 발표한 추도사에서 “우리(새정치연합)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 무력하고 무책임했다”고 반성했다.

안산=임명수 기자 lm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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