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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보다 보행자 안전' 대구, 횡단보도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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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구시 중앙로 횡단보도. 잦은 무단횡단에 사고 위험이 커지자 대구시가 지난달 만들었다. [홍권삼 기자]

1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덕산동 삼성생명빌딩 옆 중앙로. 폭 30m 도로에 선명하게 그려진 횡단보도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 횡단보도는 지난달 8일 생겼다. 도로 양쪽에는 지하상가로 통하는 출입구가, 북쪽으로 100m쯤 가면 횡단보도가 또 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돌아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무단횡단을 했다. 한대곤 대구시 교통개선담당은 “교통 흐름에 다소 지장이 있더라도 시민의 안전과 편의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추가로 횡단보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보행권 확보에 나섰다. 계단을 내려가고, 육교로 올라가고, 먼 횡단보도로 돌아가는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노령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도 고려됐다. 다리가 불편한 노인들이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해 무단횡단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중구 봉산육거리 북쪽 공평로도 마찬가지다. 왕복 4차로인 이곳도 무단횡단이 잦다. 주로 차량이 뜸하거나 신호를 받고 대기할 때 줄지어 건넌다. 차량이 오는데도 길을 건너는 위험한 상황도 자주 목격된다. 도로 아래 지하상가를 통해 길을 건널 수 있지만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 탓에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많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지나 통학한다는 백승원(18·고3)군은 “횡단보도가 있으면 어르신뿐 아니라 자전거 이용자도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는 다음 달 횡단보도를 만들기로 했다. 중구의 큰장네거리와 동산네거리에도 횡단보도가 설치된다. 시는 큰장네거리의 경우 길가 전기설비인 배전반을 옮기는 등 주변을 정비한 뒤 늦어도 8월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동산네거리는 올해 말까지 끝내기로 했다.

 중구의 반월당네거리도 검토 대상이다. 시민단체들은 장애인 불편을 들어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해왔다. 문제는 지하주차장 진출입구와 교통섬이 네 방향에 설치돼 횡단보도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는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 시는 앞서 2009년 대구의 도심 한복판인 중구 중앙네거리에, 2013년엔 한일극장 앞에 횡단보도를 만들었다.

 육교도 마찬가지다. 대구 북구청은 다음 달 말까지 대현동의 대현육교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 육교는 1973년 만들어져 낡은 데다 주민들이 오르내리기 불편하다며 철거를 요구해 왔다. 육교 옆 신암초등학교 측이 어린이 안전을 위해 반대했지만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자 입장을 바꿨다.

 시민단체들은 반기고 있다. 보행자의 안전이 원활한 차량 소통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다. 시가 보행자 권리를 확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데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준호(38)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표는 “차량에서 내리면 누구나 보행자다. 보행권 보장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횡단보도는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교통시설”이라며 “불편한 곳이 있는지 시는 더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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